컨텐츠 바로가기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美관세폭풍] 국내 전문가들 "협상의 시간 도래…이제부터 시작"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관세율 25%, 높지만 美 시장 내 경쟁국 대비해 볼 만한수준"

"협상 레버리지 갖춰야…알래스카 LNG, HBM 등 활용 가능"

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관세 정책을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산업부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일(현지시간) 발표한 관세 정책을 두고 국내 전문가들은 대체로 관세율이 높아도 경쟁국과 비교하면 최악은 피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산 수입품에 물리는 25%(백악관 행정명령 부속서상 26%)의 관세를 포함, 모든 국가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등 기존에 다른 관세가 부과된 품목에는 상호관세가 추가로 붙지 않는다.

이제 본격적으로 정부 간 협상의 시간이 시작된 가운데 한국이 기술력을 갖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을 협상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안했다.

주제별로 경제·통상전문가들의 발언을 정리했다.

◇ "25%, 최악은 피해…'간접수출' 베트남 등 높은 관세율 불리"

▲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한국에 대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인 25%의 상호관세가 부과돼 우려된다. 다만 경쟁국인 일본(24%), 대만(32%), 중국(34%) 등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낮거나 유사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최악은 피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이미 무역확장법(Section 232)에 따라 25%의 관세가 부과되는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및 부품 등 대미 수출 주력 품목은 상호관세가 중복으로 적용되지 않도록 예외 처리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25%+25%'가 아닌 점은 다행이다.

▲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25% 관세는 생각보다는 높지만, 미국 시장 내에서 우리와 경쟁하는 경쟁국과 비교해 보면 해볼 만한 수준이다. 미국 시장에 국한해 생각해 보면 중요 경쟁국도 상당한 관세를 같이 맞았다. 그래서 미국산과 경쟁하는 품목은 확실히 불리하지만, 수입품끼리 경쟁하는 구도라면 우리가 해볼 만하고 불리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 신원규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한국에 대한 관세율이 대만,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긴 한데 문제는 한국이 간접 수출하는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가 높게 나온 점이다. 그래서 복합적인 것 같다. 다른 국가와의 관계를 통해 얼마나 우리가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논의할 수 있겠지만, 워낙 지금 25%도 고율이기 때문에 미국 내 생산자들과의 경쟁 관계가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 25%가 낮아질 필요가 있다.

연합뉴스

[그래픽] 미국의 국가·품목 관세 부과 현황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전 세계 모든 국가에 '10%+α'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했다. 0eun@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 "'선 관세 후 협상'…이제부터가 시작"

▲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정부 간 협상의 시간이 본격적으로 도래했다. 정부는 미국 측에 대미 무역흑자 축소 노력, 한미 FTA 체결 취지를 강조해야 한다. 또 한국의 대중국 공급망 대체 파트너로서의 전략적 역할, 향후 대미 투자 확대 계획 등을 적극 설명하며 관세 인하 또는 예외 협상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이제 국가별로 협상을 해나가야 하는 협상의 시간이다. 우리로서는 협상을 먼저 하기는 어렵고 지금 대통령도 부재 상황이기에 일단 유럽과 중국이 어떻게 하는지를 봐야 한다. 유럽과 중국은 보복 조치를 하겠다고 공언했으니 유럽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중국과 일본은 어떻게 가는지를 먼저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다.

▲ 신원규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선(先) 상호관세를 하고 나서 협상해 조정을 받겠다는 방침을 알 수 있다. 유연성이 있는 것이다. 관세율은 무역 적자와 트럼프가 생각하는 소위 '비상호적 무역 관행'이 해소되면 유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미국 경제와 국가 안보 이슈에 부합해 시정 조치를 취할 경우 관세 조정도 가능하다고 얘기했기에 이제부터 시작이다.

▲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정부 협상에서 미국과 친분이나 신뢰 관계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예민한 부분을 건드릴 수 있는 레버리지(지렛대)를 갖춰야 한다. 알래스카산 LNG 도입 등 미국의 수입 확대에 도움을 주는 방법이 있고,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기술 개발에 기여하는 방법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연합뉴스

불 밝힌 평택항
(평택=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2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오후(현지시간·한국시간 3일 오전) 이른바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즉각 시행에 들어간다. 상호 관세와 별개로 지난달 12일 철강·알루미늄 제품 25% 관세가 시행된 데 이어 자동차 관세 25%도 3일 0시1분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중국, 캐나다, 멕시코와 같은 일부 국가, 철강·알루미늄을 비롯한 일부 제품을 대상으로 전개됐던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이 글로벌 수준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2025.4.2 xanadu@yna.co.kr



◇ "우리를 지킬 해결책은 기술력…HBM 등을 협상 지렛대로"

▲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미국도 우리나라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 HBM 같은 고부가 반도체나 조선업 이런 쪽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양자 협상을 통해 새로운 무역 질서를 확립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또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을 추진해 중국과 미국에 대한 공급망과 수출시장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 베트남이나 멕시코 등지에 이미 생산기지를 건설한 기업은 관세가 올라간 미국 대신 소비 수준이 비슷한 유럽으로 보내는 방안도 있다.

▲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가장 절실한 대책은 미국 산업에 필요한 기술적 독점력을 가진 분야를 갖추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반도체 기술에서 미국이 절대적으로 의존해 이번 관세 전쟁에 출혈이 없다.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에서 우리를 지킬 유일한 해결책은 미국이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기술력이다. 기업의 기술 개발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기업 차원에서는 단기적으로는 관세 부담 최소화를 위한 원가 절감, 생산 거점의 재배치, 미국 이외 시장 다변화 등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국가별 상호관세율 차이를 고려한 공급망 조정 전략이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는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규정을 준수하는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 면제가 계속 유지되므로 멕시코·캐나다 등 북미 지역 투자 확대를 적극 검토할 필요는 있다. 또 섬유 등 해외 생산이 불가피한 업종의 경우 일단 상호관세가 낮은 콜롬비아, 페루, 도미니카공화국 등지로의 생산 이전이나 제3국 간 협력 확대 전략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

우리 기업 입장에서 관세 때문에 미국에 생산기지를 과도하게 두기는 쉽지 않다. 미국 생산 원가가 싸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는 미국에서 발생하는 수요에 맞는 정도로만 해야 한다. 배터리, 바이오, 반도체, 이차전지 외 산업까지 미국에 공장을 두는 것이 좋은지는 고민해봐야 한다. 기업 및 품목마다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박초롱 오예진 이슬기 임성호 홍규빈 한지은 강태우 기자)

ric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