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꾸민 정원서 짙은 화장 하고 할리우드 영화 대사 차용
"연극적 행사, 광범위한 충격파 간과하게 만들어" 지적도
관세 발표하는 트럼프 대통령 |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일(현지시간) 상호관세 발표는 특유의 화려한 연출로 치장돼 그로 인해 전 세계가 받은 충격과 묘한 대조를 이뤘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상호관세 발표 행사 곳곳에는 눈에 띄는 요소들이 많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쌀쌀한 날씨 속에 어두운 색 코트 차림으로 성조기로 장식된 백악관 회랑 앞에 등장했다.
잔디밭에 나란히 심어진 튤립 앞에 선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은 오렌지색 화장이 너무 짙어 입술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내각 인사들과 형광 조끼를 입은 노동자 등으로 구성된 청중 앞에 선 트럼프 대통령은 50분간 관세 부과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해외의 무역 장벽'이라고 적힌 종이 뭉치, '상호 관세'라는 제목이 달린 패널이 소품으로 활용됐다.
행사는 치밀하게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을 '해방의 날'이라고 일컬은 것은 1996년작 할리우드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를 차용한 것이라고 더타임스는 분석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인 미국 대통령이 "외계인을 물리친다면 7월 4일이 영원한 독립기념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한 장면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관세 발표하는 트럼프 대통령 |
관세 발표가 만우절 농담처럼 소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 4월 1일이 아닌 2일에 발표했다거나, 미국 주식시장이 문을 닫는 오후 4시에 발표했다는 점 등도 행사에 공을 들였음을 짐작게 하는 요소다.
백악관 언론 비서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마치 예술가가 작품을 대하듯 마지막까지 완벽히 하기 위해 세부 사항들을 조율하느라 바빴다고 한다.
더타임스는 이날 행사가 마치 '오후의 게임 쇼' 같은 분위기로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치 룰렛을 돌리며 출연자들에게 선물을 주는 TV쇼 진행자처럼 국가별로 매겨지는 관세를 공개했다는 것이다.
이런 쇼맨십은 트럼프 대통령만이 아니라 주요 내각 구성원들도 공유하는 특성이기도 하다.
그린란드를 찾아간 J.D. 밴스 부통령, 엘살바도르의 수용시설까지 찾아가 영상을 찍은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 등이 유사한 사례다.
WP는 "이런 연극 무대들은 종종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을 간과하게 만든다"며 "그는 동맹국을 흔들고 연방 판사를 공격하고 이민자들을 추방한 데 이어 관세 발표를 통해 주식시장의 급락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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