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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다음은 환율, 트럼프의 진짜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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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놓고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2월27일 미국 백악관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만나고 있다.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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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하면서 세계 질서와 평형은 깨지고 있다.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지만 혼란은 극심하다. 그의 행보는 지극히 어지럽다. 트럼프 자신과 측근을 제외하면 누구도 그의 목표가 무엇인지 모른다. 전략일 것이다.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려면 상대방을 안갯속으로 밀어 넣어야 한다.



관세만 해도 그렇다. 미국 의회에서 정식으로 논의되고 있다면 협상 기간 중 그 정도와 지속성에 대한 전망이 가능하다. 하지만 트럼프는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광범위한 자유를 부여하는 대통령 권한을 사용하고 있고 사건 전개에 따라 마구 방향을 바꾼다. 세계는 그것이 공정하냐 여부에 상관없이 평형 상태에 있었다. 한데, 느닷없이 주요 플레이어 중 하나가 규칙을 바꾸고 있다. 그마저도 일관성이 없다. 마구잡이로 보인다. 다른 플레이어에게 적응할 시간도 주지 않는다. 미래의 게임 방식에 대한 불확실성은 나날이 증폭한다. 과연 그는 무엇을 꿈꾸고 있는 걸까?



그의 행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념 체계를 알아야 한다. 트럼프가 기존 질서를 깨트리려는 이유는 그것이 미국에 불공정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기존 체제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교정하려면 게임의 규칙, 즉 기존 질서를 바꿔야 한다. 성공할지는 의문이지만 그는 매우 구조화된 전략하에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무역시스템 재구조화





단순한 추측이 아니다. 그의 전략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인 스티븐 미런의 정책에 기초한다. 그는 2024년 11월 ‘글로벌 무역시스템 재구조화를 위한 사용자 가이드’란 에세이를 발표했다. 그가 허드슨베이 캐피털의 선임 전략가로 재직하고 있을 때다. 이 길잡이는 트럼프 2기 경제정책을 이해할 수 있는 관문이다.



미런은 기존 질서가 불공정하다고 평가한다.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 및 경제적 혜택에 비해 다른 국가들은 충분한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고 본다. 가령,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동맹에 미국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안보 우산을 제공하고 있지만 그 혜택을 보는 국가들은 상응하는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미국은 거대한 시장을 각국에 제공하고 무역적자를 감수하며 달러를 공급하는 등 세계경제에 엄청난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그 결과 미국 제조업은 쇠퇴했고 미국 경제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쪼그라들었다고 생각한다. 기축통화 패권을 이용한 달러 발권 이득은 도외시한 채 달러 공급을 통해 세계경제가 돌아간다는 긍정적 측면만을 강조한다. 미런의 이런 인식은 트럼프에게 그대로 이식됐다고 봐도 된다.



이런 이유로 트럼프는 글로벌 무역 및 금융시스템은 재구성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미런은 이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것인가? 그 수단이 바로 관세다. 그는 관세를 무역 협상과 경제정책의 핵심 도구로 본다. 그의 에세이를 보면 관세 부과 기준도 적시하고 있다.



△미국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지 △외환시장에서 자국 통화를 인위적으로 평가절하했는지 여부 △미국 기업에 대한 시장 개방 정도 △미국의 지식재산권 존중 여부 △동맹국 방위비 분담 충족 여부 등이다.



이런 기준 아래 각국의 무역 행태를 점수화하고 이를 토대로 관세나 제재를 차등 적용한다는 거다. 관세정책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할지도 명확히 한다. 그는 관세를 점진적이고 예측할 수 있게 도입해 시장의 혼란을 줄이고 협상에서 상대국을 압박하는 ‘지렛대’로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중국에 대해 매달 2%씩 관세를 인상하는 일정을 발표해 요구가 충족될 때까지 압박을 가하는 방식이다.



관세는 글로벌 무역시스템을 재구조화하기 위한 수단이다. 관세를 통해 외국산 수입을 줄이는 대신 전략산업, 즉 반도체, 인공지능(AI), 자동차, 핵심 광물 및 이차전지 등의 공급망을 미국 내에 포진하는 게 목적이다. 이때 관세를 높이면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대표적인 게 달러 강세다.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미국에 많은 이점(낮은 이자율 등)을 주지만 관세를 높이면 달러의 글로벌 유동성 감소로 그 가치가 높아진다. 달러 강세는 미국 제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미국 제조업 부활에 암초가 된다. 미런은 이에 대한 나름의 해법도 준비하고 있다. 관세로 인해 높아진 달러 가치를 통화 협상을 통해 달러 약세를 인위적으로 유도한다는 거다.







관세의 또 다른 목적





미런은 관세 부작용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물가 상승 압력이다. 하지만, 미런은 관세가 달러 가치를 상승시켜 수입품 가격 상승을 어느 정도 상쇄한다고 주장한다. 2018~2019년 트럼프의 대중국 관세가 큰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성공적으로 작동했다고 평가한다. 많은 연구가 관세로 인해 수입품뿐 아니라 국내산 제품 가격도 오르는 ‘부메랑 효과’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만 그는 이를 무시한다.



스티븐 미런의 정책은 트럼프 2기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핵심은 보호주의와 경제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실현하겠다는 거다. 이를 위해 미국은 피해 당사자가 돼야 하며 타국은 미국에 기생해 번영을 누리는 존재가 돼야 한다. “솔직히 말해, 유럽연합은 미국을 뜯어내려고 만들어졌다. 그들은 그것을 잘해냈지만, 지금은 내가 대통령이다.” 2025년 2월26일 트럼프가 첫 각료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선의가 타국에 의해 이용되고 있다고 인식한다. 이런 현상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으니, 미국의 구매력과 관세, 군사력을 무기로 현재의 무역시스템을 뜯어고치겠다는 거다.



2025년 3월9일 멕시코 멕시코시티 소칼로광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5% 관세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관세 철퇴의 첫 번째 대상이었던 멕시코와 캐나다는 맥없이 당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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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런의 주장은 공정성과는 별개로 학자(하버드대 경제학 박사)로서는 얼마든지 취할 수 있는 태도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그로 인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는 방식도 고민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정치인이다. 이런 방식이 옳다는 건 알지만 그래서는 관세의 ‘지렛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다는 것도 인식하고 있다.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혼란을 감수하더라도 불확실성을 증폭시켜야 한다. 이는 그의 행태에서 잘 나타난다. 미런의 취지는 받아들였지만, 구체화 과정은 전혀 다르다. ‘미치광이 행태’를 보이는 이유다.



미런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관세정책의 목표 중 하나는 바로 세수다. 트럼프는 감세 정책을 고집한다. 감세를 지속하려면 세원 확보가 중요하다. 그래야 미국 보수가 우려하는 재정 파탄을 막을 수 있다. 과연 관세로 어느 정도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까?



미국 예일대 예산연구소(TBL)는 상호 관세를 부과하고 타국이 이에 대해 보복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향후 10년 동안 미국은 3조5천억달러(약 5106조5천억원)의 관세 수입을 얻을 수 있다고 추정한다. 보복을 가정하는 시나리오에서는 2조7천억달러 세수를 확보할 거라 본다. 조금 더 정밀하게 관세가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한 ‘동적 분석’ 결과는 10년 동안 세수를 2천억~4천억달러 감소시킬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최악의 시나리오 기준으로 10년 동안 2조3천억달러, 한 해 2300억 달러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거로 전망한다.







관세 수입의 부작용





미국 조세정책 비영리 연구기관인 택스 파운데이션(Tax Foundation)은 보편 관세를 부과했을 때 세수를 추계했다. 10% 보편 관세는 10년 동안 2조달러, 20% 보편 관세는 3조3천억달러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거라 본다. GDP에 미치는 부정적 요인을 고려한 ‘동적 분석’은 각각 1조7천억달러, 2조8천억달러였다.



또 다른 연구도 있다. 비영리기관인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CFRB)는 2025년 2월4일 발효된 중국에 대한 10% 관세,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가정해 향후 10년 동안 총 1조3천억달러 추가 세수를 추정했다.



미국으로서는 관세 수입이 많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부작용은 필연이다. 세계무역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상호 밀접하게 연결된 웹이라 보면 된다. 특정 사슬이 끊기면 전체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측할 수 없다. 추정 수입이 그런 위험을 정당화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미런을 포함한 트럼프 진영은 부작용을 얼마나 고려했을까. 그의 에세이에 어떻게 대응할지 구체적 계획은 없다. 특히 상대국의 보복에 대한 대응책이 거의 없다.



트럼프 정책이 힘을 얻으려면 극소수 엘리트가 아닌 미국민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과연 미국인들은 평형을 깨 혼란을 부추기는 트럼프의 행태를 얼마나 참아낼 수 있을까? 이들은 어느 순간 관세 부담 주체가 외국이 아닌 자신들임을 알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한 물가 오름세와 시장의 변동성 확대, 경기 둔화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미국민의 인내심은 그때쯤에는 한계에 이를 것이다.



그가 누구든 하고 싶은 모든 걸 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미국이 부당함을 느낀다면 타국에 대한 설득이 먼저다. 합의 없이는 글로벌 무역 재구조화는 불가능하다. 폭력적 강압은 반드시 부작용을 낳는다. 관세 철퇴의 첫 번째 대상이었던 캐나다와 멕시코도 맥없이 당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하물며 유럽연합, 중국 등 힘을 가진 국가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트럼프 진영의 행보가 마냥 꽃길은 아닐 것이다.



윤석천 경제평론가 maporiv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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