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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4 (일)

    SK ‘창업 5막’ 열렸다…AI 메가컴퍼니 기치로 사업재편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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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그룹 창립 72돌

    직물공장에서 시작해 재계 2위 그룹으로

    맨손으로 창업해 에너지·정보통신 사업 진출

    ‘존폐 위기’ 하이닉스,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내

    그룹 핵심 동력으로 ‘AI 데이터센터’ 사업 집중

    헤럴드경제

    최태원 SK회장이 지난 1월 8일(현지시간) CES 2025가 개최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S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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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1953년 작은 직물공장에서 시작된 SK그룹이 올해로 창립 72주년을 맞았다. 섬유에서 출발해 에너지, 정보통신, 반도체를 아우르며 재계 2위 그룹으로 도약한 SK는 대한민국 산업사의 굵직한 전환점마다 중심에 있었다. 이제는 미국발 관세 전쟁, 글로벌 인플레이션, 인공지능(AI) 기술 혁신이라는 ‘삼각파도’를 넘기 위해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날 고(故) 최종건 창업회장의 사저였던 서울 삼청동 ‘선혜원’에서 창립 기념일을 기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선혜원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와 주요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들이 참석해, 그룹의 과거 발자취를 돌아보고, 미래 전략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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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9년 선경직물 폴리에스터원사 수원공장을 찾은 최종건 창업회장. [S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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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 폐허 속 창립…에너지·정보통신으로 영역 확장
    SK그룹은 지금까지 네 번의 혁신을 통해 시대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왔다고 자평한다. 지난 72년은 단지 기업의 확장사가 아니라,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뀔 때마다 ‘창업’이라는 이름으로 재정의해왔단 설명이다.

    그 시작은 1953년, 전쟁 직후 무너진 공장을 재건하며 출범한 선경직물이었다. 최종건 창업회장은 수원 공장의 직기 20대를 재조립해 섬유 생산을 재개했고, ‘닭표 안감’과 ‘봉황새 이불감’ 등 품질 좋은 제품을 선보이며 내수 시장을 넘어 수출의 길을 열었다. 1962년에는 인조견 10만 마를 홍콩에 수출하며 대한민국을 직물 수출국 반열에 올렸다. 이후 안정적인 원사 확보를 위한 노력으로 1968년 아세테이트 공장과 1969년 폴리에스터 공장을 잇달아 건설했다. 원사는 석유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생산물로, 이는 훗날 SK의 석유사업의 출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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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현 선대회장(왼쪽)이 1981년 내한한 야마니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가운데)과 논의하는 장면. 2차 석유파동 당시 최 선대회장은 사우디와의 돈독한 관계를 바탕으로 장기 원유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위기를 돌파했다. [S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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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대에는 대한석유공사(유공) 인수를 계기로 두 번째 창업을 단행했다. 1973년 선경그룹을 이끌게 된 최종현 선대회장은 선경을 세계 일류 기업으로 도약시킨다는 목표 아래 첫 과제로 ‘석유로부터 섬유에 이르는 산업의 완전계열화 확립’을 천명했다. 첫 단계로 최 선대회장은 정유공장 설립을 추진했지만 1973년 갑자기 발생한 1차 석유파동으로 공장설립을 유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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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년 공개입찰을 통해 한국이동통신 인수에 참여하는 모습. [S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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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신 탄탄한 사우디아라비아 인맥을 바탕으로 에너지 위기 속 외교에 힘썼다. 최 선대회장은 사우디 왕실과의 인맥을 통해 원유 공급을 이끌어내며 국가적 위기를 극복했다. 1980년에는 대한석유공사 인수로 정유·석유화학·섬유까지 아우르는 수직계열화가 완성됐고, 1984년 예멘 마리브 광구에서 유전 개발에 성공하며 한국을 ‘무자원 산유국’으로 탈바꿈시켰다. 유공은 이후 SK이노베이션으로 사명을 바꾸며 세계 최대 정유 화학기업 중 하나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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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최태원 SK 회장이 SK하이닉스를 방문한 당시의 모습. [S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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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 전환은 정보통신 분야에서 이뤄졌다. 최종현 회장은 1980년대 초 미국 현지에 정보통신 전문조직을 두고 글로벌 기술 흐름을 연구했으며, 1992년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둘러싼 논란 끝에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통신 산업에 진입했다. 막대한 비용과 리스크를 감수한 이 결정은 세계 최초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디지털 이동전화 상용화로 이어졌고, SK텔레콤은 명실상부한 통신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현재는 AI 통신 플랫폼 ‘에이닷’을 비롯해 5G·6G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며 ICT 기반 사회의 주축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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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월 8일 오전(현지시간) CES 2025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센트럴홀 SK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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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폐 위기 하이닉스를 글로벌 기업으로
    네 번째 창업은 반도체였다. 2011년 SK는 경영난에 빠진 하이닉스를 인수하며 반도체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인수 이후에도 업황 부진이 계속됐지만, 최태원 회장은 과감한 투자와 장기 전략을 고수했다. 또한 최 회장은 지난 2017년 낸드 전문기업인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에 4조원 규모 지분투자를 단행하고, 2020년 인텔 낸드사업부를 11조원에 인수하며 SK를 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기업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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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했고,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최태원 회장의 최대 업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주력인 5세대 HBM3E 12단 제품을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공급 중이며, 지난달 19일에는 세계 최초로 6세대 HBM4 12단 샘플을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에 공급하고 인증 절차에 돌입했다.

    5차 혁신창업 준비…AI로 새 패러다임 겨냥
    SK는 현재 다섯 번째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AI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을 겨냥해, AI 데이터센터(AI DC)를 그룹 차원의 핵심 사업으로 육성 중이다. SK텔레콤의 AI 비서 ‘에이닷’, SK하이닉스의 HBM, SK이노베이션의 전력 공급 역량, SK에코플랜트의 데이터센터 건설 기술 등이 융합된 ‘AI 풀셋 전략’이 핵심이다.

    이와 함께 SK그룹은 AI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며 그룹 전체 구조 리밸런싱에도 착수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때 200곳을 넘었던 소속 회사 수는 최근 빠르게 줄고 있으며, 조만간 200개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AI DC를 중심으로 주요 계열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AI 풀셋 전략’을 강화하는 한편, 그룹 차원의 효율성과 전략적 민첩성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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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DC 산업 육성을 위한 국내외 파트너십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5에서는 국내외 기업들과 MEP(기계, 전력, 수배전), 액체냉각기술 기업 기가컴퓨팅 분야에서 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향후 구축할 AI DC는 GPU 6만장이 투입되는 100메가와트(MW)급 하이퍼스케일로 꾸려 서버 10만대가 동시에 가동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향후 규모를 1기가와트(GW)로도 확대해 AI 분야의 아시아 허브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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