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권 찾았다", 헌재·한남동 주민들 '화색'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불복 목소리에는 '눈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리던 헌법재판소와 대통령 관저 인근 주민들은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드디어 일상을 되찾았다"며 화색 띈 얼굴을 보였다. 7일 서울 종로구 북촌로 일대는 외국인 관광객들과 시민들의 웃음 소리와 대화가 오가며 일상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이다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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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정인지·이다빈 기자] 헌법재판소와 대통령 관저 인근 주민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드디어 일상을 되찾았다"며 반겼다. 다만 일부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여전히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헌재 결정에 불복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주민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7일 오전 9시께 서울 종로구 헌재 주변은 대체로 조용했다. 지하철 안국역을 에워쌌던 수십대의 경찰버스는 10여대만 남아 있었다. 탄핵심판 선고일을 전후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일부 출구를 통제하고 있다"며 안국역 역사 내에 울리던 안내방송도 들리지 않았다. 헌재 정문과 도서관 앞에는 여전히 바리케이드가 남아 있었지만, 지난 1월부터 탄핵 반대 시위를 벌이던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자취를 감췄다.
시위로 비어 있던 재동초등학교 운동장도 활기를 되찾았다. 10여명의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그네를 타거나 축구를 하는 등 뛰어놀고 있었다. 북촌 상인들은 시위대의 폭력사태를 우려해 매장 안으로 들여놨던 화분을 볕 아래 꺼내놓고, 문을 활짝 열어 손님을 맞았다. 거리는 탄핵 찬성과 반대 목소리 대신 관광객들의 대화와 웃음소리로 채워졌다.
60대 주민 박모 씨는 "선고가 끝나니 너무 좋다. 이전에는 극우 유튜버들이 돌아다니면서 욕을 하고 시끄럽다고 하면 '빨갱이'라면서 쫓아다녀 무서웠다"며 "분위기가 험악해 집에 있어도 불안했다.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웠는데 지금은 조용해서 그나마 안정됐다"며 콧노래를 불렀다.
산책을 나왔다는 주민 이모(34) 씨는 "몇 달 만에 원래대로 돌아왔다. 갑자기 조용해지니 오히려 적응이 안 된다"며 "선고일 이후 걱정이 많았는데 별일 없어 다행이다. 오랜만에 소음 없이 잠도 푹 잤다"고 털어놨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일대는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관저 인근 도로와 인도에는 가지런히 접힌 질서유지선이 곳곳에 놓여있었다. 사진은 윤 전 대통령이 석방된 지 사흘째인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경찰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모습. /장윤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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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일대도 차분했다. 관저 인근 도로와 인도에는 가지런히 접힌 질서유지선이 곳곳에 놓여있었다. 질서유지선 기둥에는 '스톱 더 스틸(STOP THE STEEL)' 스티커가 찢긴 채 붙어있었지만 시위대는 온데간데없었다.
강아지와 산책하던 20대 박모 씨 역시 "원래는 산책도 못 했는데 오늘 이렇게 나와봤다"며 "달라진 것은 조용해졌다는 것뿐 경찰버스나 경찰들이 남아있는 이상 불편은 계속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다만 이날 간간이 들리는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불복 목소리가 평화를 깼다. 오전 10시13분께 재동초 사거리에는 윤 전 대통령 지지자로 추정되는 남성 1명이 대형 스피커를 매단 하얀색 차량을 타고 주변을 맴돌며 "반국가세력 척결하자" 등을 외쳤다.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도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1인 시위가 열렸다. 한남초 인근 인도에는 7명의 지지자들이 태극기를 든 채 "윤 어게인(YOON AGAIN)"을 외쳤다. '부정선거 척결' 팻말도 눈에 띄었다.
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초등학교 인근에서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정인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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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대통령 지지자 2명은 오후 3시 안국역 인근에서 '불복 선언 및 헌재 규탄' 1인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검은색 정장을 입고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헌법재판소'가 적힌 영정사진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탄핵을 반대하는 대학생들로 구성된 자유대학은 오는 8일 이태원역 3번 출구 인근에서 '윤 어게인' 집회를 열고 관저 앞까지 행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 불복 목소리는 온라인에서 이어졌다. 대통령 국민변호인단 홈페이지에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헌법재판소의 부당한 선고를 받아들일 수 없기에 불복을 선언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다가올 조기 대선을 두고 '부정선거 음모론'도 나왔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황교안TV'에서 "이번 탄핵을 통해 부정선거 세력이 얼마나 불의한 지 느꼈을 것"이라며 "선관위는 조기 대선에서 그 어느 때보다 필사적으로 부정선거를 저지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되찾은 일상을 다시 빼앗길까 염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박 씨는 "대통령이 세상을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닌데 왜 아직도 중구난방으로 확성기를 갖고 돌아다니며 악을 쓰는지 모르겠다"며 "이미 파면 결정이 났으니 깨끗하게 승복하고 나라를 빨리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씨도 "다들 시간이 많은 거냐"면서 "이제 시위에서 그만 벗어나고 싶다"고 했다.
answer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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