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혜 이대목동병원 난임 및 가임력센터 교수
20~30대 가임기 여성, 유방암 등 암 진단 늘어
암치료 전 가임력보존 계획 세우면 임신·출산 확률↑
암치료 후 동결배아 이식으로 출산 성공 사례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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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끼리 있을 땐 (이주혜 교수님을) '의학적 어머니'라고 부릅니다. 소은이가 말하기 시작하면 제일 먼저 인사시키고 싶어요. "
10일 이대목동병원 난임 및 가임력센터에서 진행된 이주혜 산부인과 교수, 유미(40) 씨 부부와의 인터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세 사람의 인연은 1년 4개월 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맞벌이 부부 6년차로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유씨의 일상은 2023년 11월 한 통의 전화를 받고 크게 흔들렸다. 회사 건강검진차 받은 유방촬영술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된 것이다. 유씨는 "회사에서 일하다 말고 전화를 받았는데 '유방암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큰 병원에 가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땐 망치로 맞은 기분이었다"며 당시 심경을 털어놨다. 유씨는 정밀검사 결과 유방암 확진과 함께 자궁내막 용종까지 발견돼 한꺼번에 수술을 진행하기로 했다. 시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몇달 되지 않은 시기였기에 부부가 받은 충격은 더욱 컸다.
◇ 20~30대 가임기 여성, 암진단 늘어…난임으로 이중고 겪기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8~2022년 사이에 진단받은 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72.9%로 10년 전(2001~2005년) 54.1%보다 18.8%포인트 증가했다. 상대생존율은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암환자가 생존할 확률로, 5년 이상 생존할 가능성이 암이 없는 일반인에 비해 평균 70% 이상이란 의미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유방암, 난소암, 같은 여성암 진단을 받는 환자가 늘면서 단순한 생존 연장을 넘어 치료 후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출산 경험이 없는 가임기 여성은 암이 완치돼도 임신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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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유방암은 20~30대 가임기 여성이 13.4%가량 된다. 문제는 유방암을 치료할 때 흔히 시도되는 항암치료, 방사선치료가 난소의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재발을 막기 위한 호르몬치료 동안은 임신을 할 수 없다. 암치료가 끝나고 이미 난소기능이 저하되거나 폐경이 되어 2세 계획을 포기해야 하는 불상사를 막으려면 처음부터 난소기능, 즉 가임력 보존을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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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 치료 전 ‘가임력 보존’ 계획 세우면···임신·출산 성공률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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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는 "재발을 막으려면 서둘러 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데 시험관아기 시술이 두 번 실패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막막했다"며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시도해 보자는 주치의 교수님의 말이 아니었다면 임신을 포기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직접 전화를 걸어와 "수술 전 동결해둔 배아로 체외수정을 시도해보자"고 한 시간 가까이 설득한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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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 부부는 마지막 시도에서 기적처럼 '푸름이'(태명)를 만났고 올 2월 소은이를 품에 안았다. 절망 속에서 시작된 이 교수와의 인연이 이들 가정에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보물을 안겨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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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특성화 병원 통해 암 전문치료···가임력 보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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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처럼 긴박한 치료 일정 속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ㄴ내려야 하는 환자들의 전화를 놓칠까봐 무전기 만한 핸드폰을 집에 갈 때도 챙겨간다. 그는 "처음 암진단을 받고 낙담했던 분들이 ‘치료를 잘 받고 꼭 회복하겠다’며 치료 의지를 다지거나 동결된 난자와 배아를 보며 힘든 암치료를 이겨내는 과정을 지켜보며 오히려 힘을 얻는다"며 “가끔은 언니처럼, 이모처럼 소통하면서 암극복과 임신, 출산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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