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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금)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내 편이 더 많아"…트럼프·시진핑, 이번엔 우군 확보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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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대중 관세 145% vs 中도 125% 맞불

미국 추가 관세 예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중단 실시

시 주석 동남아 순방길…베트남 등과 대응 체제 구축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서로 100% 이상의 관세율을 매긴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와 아이폰 등에 대한 품목 관세 발표를 예고하며 상호관세에 이어 또다시 압박의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중국은 관세 인상에 이어 첨단산업 핵심 광물인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는 등 공급망으로 전쟁 범위를 확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해외 첫 순방지로 동남아시아를 선택하며 우군 만들기에 나섰다. 바쁜 일정 탓에 양국 정상 회담 시기가 불투명해 갈등 해결도 요원한 상황이다.

지난 2019년 6월 29일 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시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본 오사카에서 만나 회담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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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추가관세 압박, 중국은 희토류로 대응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중국에 높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이 관세 인상하면 중국이 보복 조치하고, 미국은 또 관세를 올리는 ‘치킨 게임’이 이어졌다.

미국은 최종적으로 중국에 대한 관세를 145% 인상했다. 트럼프 행정부 이전 대중 평균 관세율(22.1%)을 더하면 167.1%의 관세가 매겨진다.

중국도 이에 대응해 대중 관세를 125%까지 올린 상태다. 제품 한 개를 사들이면 관세만 적용해도 가격이 두 배가 되기 때문에 사실상 양국 교역이 중단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이미 미국산 상품은 중국 시장에서 수용 불가능한 상태로 만약 미국이 추가 관세를 인상할 경우 더 이상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의 관세 인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에서 제외됐던 반도체를 비롯해 전자제품, 의약품 등에 대한 품목관세를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전자제품이나 의약품 등에 관세를 올리면 중국에겐 추가 여파가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인구조사국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해 미국의 중국산 스마트폰 수입액은 417억달러(약 59조원)로 가장 많았고 노트북은 331억달러(약 47조원)로 2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공급망 분야로 보복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희토류와 자석 수출을 중단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4일 자국에서 전량 정제하는 중희토류 금속 6종, 중국에서 생산하는 희토류 자석의 수출 제한을 통지한 바 있는데 이를 본격 시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희토류는 자동차, 항공·우주, 반도체, 군사 무기류 등 첨단 제품 제조에 필수인 원자재다. 중국은 2023년 기준 전세계 중희토류 공급량 99%를 차지한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통제할 경우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와 군수업체들이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된다. NYT는 기업마다 희토류 비축 규모가 달라 생산 중단 시기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많은 기업들의 재고량이 많지 않거나 전혀 없는 기업도 있다고 추산했다.

미국 희토류 기업 MP머티리얼스의 제임스 리틴스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군수 기업의 희토류 공급이 우려된다”면서 “드론과 로봇 공학은 전쟁의 미래인데 지금 우리는 중요한 물질 공급을 위한 미래 공급망이 닫히는 것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희토류 수출 중단은 당장 한국 첨단산업 생산에도 치명적이다. 이에 대해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부 희토류는 공공 비축량이 반년 이상 쌓였고 중국 외 국가 수입이 가능한 희토류도 있어 당장 큰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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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찾은 시진핑 “무역전쟁 승자 없다” 비판

관세 인상으로 갈등이 심화한 미·중은 이제 우군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14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부터 베트남을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빈 방문에 들어갔다.

이날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 시 주석은 서면 연설을 통해 올해 양국 공동체 건설을 위한 새로운 발전 기회를 맞았다면서 “중국은 베트남과 함께 우호의 본래 염원에 충실하고 공동의 사명을 명심하며 더 높고 더 넓고 더 깊은 협력을 전개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올해 첫 해외 순방지로 동남아를 선택한 것은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워 미국에 대응할 협력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시 주석은 베트남 노동당 기관지 인민보에 기고를 보내 “무역 전쟁과 관세 전쟁에는 승자가 없고 보호주의에는 출구가 없다”면서 미국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베트남은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국가다. 중국은 같은 사회주의국가로서 베트남과 접점을 넓히려 노력 중이다.

말레이시아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의장국으로 이번 미국의 관세 정책에 회원국들의 공동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중국의 왕원타오 상무장관은 이달 10일 유럽연합(EU), 말레이시아와 함께 미국 상호관세 부과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기도 했다. 시 주석의 말레이시아 방문 역시 미국의 보호주의를 비판하면서 말레이시아 및 아세안 회원국들과 공조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과도 우호적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다. 왕원타오 부장은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한·일·중 경제통상 장관 회의에 참석한 바 있다. 중국측은 회의에서 3국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의견을 내는 등 동북아 경제 통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외교 전략은 미국의 관세로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중국 경제적 역풍에 맞서 펼쳐지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디플레이션 압력과 부동산 부문 위기는 시 주석이 무역 상대국을 유인하는데 제약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도 관세의 칼끝을 중국으로 향해 들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대해선 상호관세 90일간 유예카드를 꺼내는가 하면 한국과 일본, 인도, 유럽 등 기존 동맹국들과 협상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한덕수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도 이날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주재한 경제안보전략 TF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인도 등 3개국과는 ‘즉각 협상을 진행하라’고 지시한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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