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러 매체에 연예인들의 자랑처럼 나오는, 일상인 듯한 자기 집 소개는 많은 사람에게 위화감을 준다. 부모에게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지 않는 한 노동 임금만으로 그렇게 커다랗고 화려한 집을 소유하기는 불가능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저런 집에 살면 누가 다 청소하고 누가 다 관리하겠냐며 툴툴대 보지만, 그런 집을 소유할 정도라면 집을 관리하는 누군가가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야 넓고 화려한 집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던 중 가족이 아닌 남이 우리 집에 상주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불편하겠다 싶다. 아, 이런 생각을 한다는 건 천성이 ‘공주과’는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을 즈음 ‘집이 별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등을 기댈 벽과 비를 막아줄 지붕과 우리 집에 드나드는 사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문이 있으면 그것은 어엿한 공간으로서 집이다. 물론 그 공간에서 마음이 편해야 할 것이다.
봄이 오긴 왔는데 요즘 날씨가 참으로 줏대가 없어 지난 주말에 우박에 이어 차가운 빗줄기도 내렸다. 베란다 너머로 보니 비가 회오리 모양으로 휘몰아치기까지 했다. 절대 나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거실로 들어왔다. 거실에선 이제 19개월에 접어든 아이가 아빠 품에 얼굴을 묻고 자고 있었다. 키가 좀 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녀석은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양말부터 벗고 발 뻗고 앉아 숨을 크게 내쉰다. 우리 집 꼬맹이에게도 ‘집’이 생긴 모양이다.
[박시영 2025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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