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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6 (금)

    이슈 미술의 세계

    [북클럽] 4월의 남은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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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 출신 탐사 저널리스트

    애비게일 슈라이어가 쓴 ‘부서지는 아이들’(웅진지식하우스)은

    자존감을 키운다는 명목으로 아이 마음을 읽어주는

    ‘감정존중 육아’가 어떻게 아이를 망치는가에 대한 책입니다.

    감정에 집중하고, 감정을 발산하도록 아이를 키우면

    정신이 건강한 아이로 자라야할 거 같은데,

    오히려 이런 양육법으로 자란 미국 Z세대의 40%는

    정신의학과 전문가들로부터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런 결과가 빚어진 이유를

    감정에만 집중하며 오히려 그 감정을 더 강화하고,

    감정을 돌보느라 과보호하며

    좌절에 대한 면역력을 키워주지 못한

    부모세대의 과오에서 찾습니다.

    1980년대 체벌 받고 자란 X세대가

    어린시절에 대한 보상심리로 ‘온화한 양육’을 하면서

    오히려 아이들을 나약하게 만들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숲 근처에 살고 있는지라 거실 창을 열면

    계절의 변화를 손에 잡힐 듯 느낄 수 있습니다.

    간밤엔 소쩍새 우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낮에는 물까치 한 마리가

    분주히 나뭇가지를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보았고요.

    봄이 무르익고 있다는 신호,

    1년 중 몇 안 되게 창문을 열어놓기 좋은 날들입니다.

    며칠 전 봄비가 내리더니

    앙상했던 나뭇가지에 눈 깜짝할 사이 연둣빛 잎새가 돋고

    메말랐던 줄기도 통통하게 물이 올랐습니다.

    햇살에 반짝이며 바람에 살랑이는 나뭇잎,

    금빛으로 빛나는 나무껍질이

    영국 낭만주의 화가 존 컨스터블(1776~1837)의 풍경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컨스터블은 나뭇잎 가장자리에 흰색 혹은 연한 노란색 점을 찍어 햇빛에 반사되며 깜빡이는 듯한 효과를 주었습니다.

    ‘컨스터블의 눈(Constable’s Snow)’이라고 하는 기법이지요.

    조선일보

    /런던 내셔널갤러리 소장존 컨스터블의 1824년작 '건초마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에른스트 H.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펼쳐

    컨스터블을 언급한 부분을 읽어 봅니다.

    동시대 화가 J.M.W. 터너가

    17세기 풍경화 거장 클로드 로랭과 경쟁하며

    그를 능가하길 원했던 것과 달리

    컨스터블은 로랭의 눈이 아니라

    자기 눈으로 본 걸 그리려 했다고 합니다.

    다른 화가들은 전통적 기준에서 보아

    ‘그림 한 폭 같은(picturesque)’ 소재를 택했지만

    컨스터블에게 중요한 건 오직 ‘진실’이었다고요.

    “꾸밈없는 화가가 자리할 곳은 충분해. 오늘날의 가장 큰 악덕은 허세(bravura)야. 그것은 진실을 넘어서려 하지.”

    그가 1802년 친구에게 쓴 편지의 한 구절입니다.

    4월은 허세 없이 담백한 계절.

    어느 주말엔 나뭇가지들이

    ‘컨스터블의 눈’ 아닌 진짜 눈을 이고 있었고

    서울에 강풍을 동반한 비가 쏟아진 주말도 있었지만,

    지난 주말은 모처럼 화창했습니다.

    남은 4월, 그림 같은 봄 풍경 마음껏 누리시면 좋겠습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읽는 직업' 가진 여자의 밥벌이로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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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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