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9 (화)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45년 전 계엄 막아낸 5·18···‘소년이 온다’와 함께 걷는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980년 계엄 막아선 광주 찾는 ‘민주여행’ 시작

    “과거의 광주가 현재의 한국 민주주의 지켜내”

    시·ACC·행사위 역사적 현장 탐방하는 프로그램

    경향신문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 추모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은 지난해 12월7일(현지시각)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수상기념 연설 ‘빛과 실’에서 <소년이 온다>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 며칠 전인 12월3일, 한국에서는 44년 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무장한 계엄군이 서울 도심에 나타났고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이 맨몸으로 막아섰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1980년 광주’를 떠올렸다.

    한강은 말했다. “광주는 더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되었다. 시간과 공간을 건너 계속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현재형이라는 것을.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2025년 5월 달력은 45년 전과 같다. 1980년 광주 시민들이 ‘비상계엄 전국 확대’로 들이닥친 공수부대에 맞서며 열흘간의 항쟁이 시작됐던 5월18일은 올해도 일요일이다. ‘우리에게 되돌아 온 도시’, 광주의 손을 잡고 ‘오월’을 직접 경험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다.

    광주시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등에서는 45주년 5·18을 맞아 민주주의를 지켰던 역사의 현장을 경험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내놨다.

    경향신문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의 모습. 현재는 복원공사로 건물에 가림막이 돼 있다. 경향신문 자료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소년의 온다>의 주요 배경을 함께 걷는 ‘소년의 길’이 대표적이다. <소년의 온다>는 광주에서 실제 있었던 이야기다. 주인공 ‘동호’는 고등학교 1학년으로 1980년 5월27일 옛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에 의해 사살된 문재학 열사다.

    ‘소년의 길’은 시민들이 ‘동호’가 돼 광주를 함께 걷는다. 광주 송정역에서 시작하는 1박2일 일정은 5·18희생자들이 묻힌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1997년 조성된 5·18묘지에는 1029명의 희생자가 영면해 있다. 5·18당시 숨진 151명도 잠들어 있는데 문재학 열사도 그 중 한 명이다.

    5·18항쟁이 시작됐던 ‘사적 1호’ 전남대도 찾는다. 전남대 정문에서 시작된 계엄군에 대한 저항은 곧 광주 전역으로 확산했다. 당시 광주의 중심이었던 옛 전남도청 일대도 둘러본다.

    도청 앞 ‘상무관’은 원래 경찰관들이 사용하던 실내체육관이었지만 5·18때는 계엄군에 희생된 시민들의 시신을 임치 안치하고 입관을 했던 곳이다. 지금은 복원공사로 들어갈 수 없지만 공사 가림막에 전시된 사진을 통해 계엄군 만행과 시민들의 저항을 엿볼 수 있다.

    인근 전일빌딩245는 건물 10층에 계엄군 헬기에서 발사된 총탄 자국을 품고 있다. 시민들이 헌혈하기 위해 줄을 섰던 옛 적십자병원도 11년 만에 개방된다.

    경향신문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전일빌딩 245. 10층에 계엄군 헬기에서 발사된 총탄의 흔적이 남아있다. 광주시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크린 속 5·18장소를 찾는 ‘오월 시네로드’도 운영된다. 서울 시청역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면 양림동과 옛 전남도청 일대, 광주호 호수생태원 등을 하루에 둘러본다.

    영화 <26년>의 무대였던 전일빌딩245, <화려한 휴가>속 계엄군 집단발포 현장인 5·18민주광장 등이 포함돼 있다. 1300만 관객을 동원한 <서울의 봄> 촬영지인 조선대는 군사반란 세력에 맞섰던 장태완 수경사령관의 모교이기도 하다.

    ACC는 5·18을 대표하는 연극 <나는 광주에 없었다>를 관람하고 역사의 현장을 탐방하는 ‘메모리얼 투어’를 운영한다. 서울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여행은 5월15일과 17일 각각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사전 예약을 하면 용산∼광주 KTX, 5·18사적지 투어, 연극 관람, 숙박과 식사까지 포함된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계엄군 지휘부였던 상무대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5·18관련 기록물을 보관한 5·18기록관, 옛 전남도청 일대 등도 방문한다.

    금남로에서 열리는 전야제에 참석하는 시민들을 위해 5·18기념행사위는 17일 밤 인근 중앙초등학교에 무료 ‘오월 텐트촌’을 연다. 2∼3인용 400동, 3∼4인용 100동 등 500동의 텐트가 설치된다. 행사위는 다음 주 중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선착순으로 이용객을 모집한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올해 광주의 오월은 어느 해보다 특별하다. 민주주의를 지켜낸 많은 시민들이 5·18정신과 함께 광주를 새롭게 경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주 3일 10분 뉴스 완전 정복! 내 메일함에 점선면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