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계엄 막아선 광주 찾는 ‘민주여행’ 시작
“과거의 광주가 현재의 한국 민주주의 지켜내”
시·ACC·행사위 역사적 현장 탐방하는 프로그램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 추모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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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은 지난해 12월7일(현지시각)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수상기념 연설 ‘빛과 실’에서 <소년이 온다>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 며칠 전인 12월3일, 한국에서는 44년 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무장한 계엄군이 서울 도심에 나타났고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이 맨몸으로 막아섰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1980년 광주’를 떠올렸다.
한강은 말했다. “광주는 더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되었다. 시간과 공간을 건너 계속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현재형이라는 것을.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2025년 5월 달력은 45년 전과 같다. 1980년 광주 시민들이 ‘비상계엄 전국 확대’로 들이닥친 공수부대에 맞서며 열흘간의 항쟁이 시작됐던 5월18일은 올해도 일요일이다. ‘우리에게 되돌아 온 도시’, 광주의 손을 잡고 ‘오월’을 직접 경험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다.
광주시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등에서는 45주년 5·18을 맞아 민주주의를 지켰던 역사의 현장을 경험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내놨다.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의 모습. 현재는 복원공사로 건물에 가림막이 돼 있다. 경향신문 자료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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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온다>의 주요 배경을 함께 걷는 ‘소년의 길’이 대표적이다. <소년의 온다>는 광주에서 실제 있었던 이야기다. 주인공 ‘동호’는 고등학교 1학년으로 1980년 5월27일 옛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에 의해 사살된 문재학 열사다.
‘소년의 길’은 시민들이 ‘동호’가 돼 광주를 함께 걷는다. 광주 송정역에서 시작하는 1박2일 일정은 5·18희생자들이 묻힌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1997년 조성된 5·18묘지에는 1029명의 희생자가 영면해 있다. 5·18당시 숨진 151명도 잠들어 있는데 문재학 열사도 그 중 한 명이다.
5·18항쟁이 시작됐던 ‘사적 1호’ 전남대도 찾는다. 전남대 정문에서 시작된 계엄군에 대한 저항은 곧 광주 전역으로 확산했다. 당시 광주의 중심이었던 옛 전남도청 일대도 둘러본다.
도청 앞 ‘상무관’은 원래 경찰관들이 사용하던 실내체육관이었지만 5·18때는 계엄군에 희생된 시민들의 시신을 임치 안치하고 입관을 했던 곳이다. 지금은 복원공사로 들어갈 수 없지만 공사 가림막에 전시된 사진을 통해 계엄군 만행과 시민들의 저항을 엿볼 수 있다.
인근 전일빌딩245는 건물 10층에 계엄군 헬기에서 발사된 총탄 자국을 품고 있다. 시민들이 헌혈하기 위해 줄을 섰던 옛 적십자병원도 11년 만에 개방된다.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전일빌딩 245. 10층에 계엄군 헬기에서 발사된 총탄의 흔적이 남아있다. 광주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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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속 5·18장소를 찾는 ‘오월 시네로드’도 운영된다. 서울 시청역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면 양림동과 옛 전남도청 일대, 광주호 호수생태원 등을 하루에 둘러본다.
영화 <26년>의 무대였던 전일빌딩245, <화려한 휴가>속 계엄군 집단발포 현장인 5·18민주광장 등이 포함돼 있다. 1300만 관객을 동원한 <서울의 봄> 촬영지인 조선대는 군사반란 세력에 맞섰던 장태완 수경사령관의 모교이기도 하다.
ACC는 5·18을 대표하는 연극 <나는 광주에 없었다>를 관람하고 역사의 현장을 탐방하는 ‘메모리얼 투어’를 운영한다. 서울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여행은 5월15일과 17일 각각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사전 예약을 하면 용산∼광주 KTX, 5·18사적지 투어, 연극 관람, 숙박과 식사까지 포함된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계엄군 지휘부였던 상무대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5·18관련 기록물을 보관한 5·18기록관, 옛 전남도청 일대 등도 방문한다.
금남로에서 열리는 전야제에 참석하는 시민들을 위해 5·18기념행사위는 17일 밤 인근 중앙초등학교에 무료 ‘오월 텐트촌’을 연다. 2∼3인용 400동, 3∼4인용 100동 등 500동의 텐트가 설치된다. 행사위는 다음 주 중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선착순으로 이용객을 모집한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올해 광주의 오월은 어느 해보다 특별하다. 민주주의를 지켜낸 많은 시민들이 5·18정신과 함께 광주를 새롭게 경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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