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연출 맡은 ‘직사각형, 삼각형’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 시네마 초청
전주국제영화제에 감독으로 초청된 배우 이희준은 “피 터지게 싸우면서도 헤어지지 않고 내일 또 만날 수밖에 없는 가족의 초상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전주국제영화제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넷플릭스 드라마 ‘악연’에서 이일형 감독이 패륜아를 연기한 배우 이희준에게 감탄한 장면이 있다. 보험금을 노리고 아버지 살해를 사주해 놓고, 청부업자가 뒤처리를 제대로 못 하자 “아버지 복수를 하겠다”며 분노하는 장면. 후안무치한 캐릭터의 본성을 드러내는 애드리브에 감독은 “현장의 스태프 모두 깜짝 놀랐을 정도”라고 했다.
‘악연’의 패륜 살인마부터 영화 ‘핸섬 가이즈’의 순박한 목수까지 폭넓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이희준이 이번엔 연출에 도전했다. 지난 30일 개막한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 시네마’ 섹션에는 그가 각본·연출을 맡은 영화 ‘직사각형, 삼각형’이 초청됐다. 전주국제영화제는 “가족의 본성을 예리하면서도 재미있게 보여주는 영화” “배우들에게서 밀도 있는 연기를 뽑아낸 연출자 이희준의 역량이 대단하다”고 호평했다.
영화 '직사각형, 삼각형' /전주국제영화제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직사각형, 삼각형’은 연예인 사위(진선규)가 처갓집 가족 모임에 참석하며 벌어지는 우스꽝스러운 소동극. 사소한 농담과 안부를 주고받다 돈 얘기가 나오고 해묵은 감정이 폭발하는 우리네 가족 모임을 실감 나게 묘사했다. 1일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희준은 “살짝만 고개를 돌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을 텐데, 서로 다른 세대가 모여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각자 옳다고 외치는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한집에 모인 가족 9명이 주고받는 말싸움과 육탄전으로 46분을 꽉 채웠다. 매번 언제 승진하냐고 묻는 형님에게 “볼 때마다 승진을 할 순 없잖아요”라고 맞받아치는 등 허를 찌르는 대사로 웃음 타율이 높다. 이희준은 “사실 연출보다 연기가 훨씬 재밌지만, 제가 보고 싶은 영화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을 때 직접 만들고 싶어지더라”고 했다.
연출 데뷔작인 단편 ‘병훈의 하루’도 공황장애를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 이번 영화제에서는 ‘직사각형, 삼각형’과 ‘병훈의 하루’ 두 편을 묶어서 상영한다. 이희준은 “병을 받아들이고 조금씩 회복했을 때의 느낌을 간직하고 싶어 만들게 됐다”고 소개했다. “‘내가 왜 이런 병에 걸렸지’ 하면서 정신 차리라고 몰아세울수록, 증세가 심해지더라고요. ‘내가 뛸 수 있는 속도보다 빨리 뛰다가 넘어졌구나’ 하면서 병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싶었어요.”
9일까지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선 배우들의 연출 도전이 눈에 띈다. 올해의 프로그래머로 선정된 배우 이정현도 연출 데뷔작인 ‘꽃놀이 간다’를 선보였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생활고에 시달리는 모녀가 주인공으로, 2022년 창신동 모자 사망 사건을 보고 시나리오를 썼다. 디즈니+ ‘카지노’ 등에 출연한 배우 류현경도 첫 장편 연출작 ‘고백하지 마’로 초청돼 관객을 만난다.
[백수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