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의원의 '계엄 사과 요구', 金 대선 출마 이끌어"
"국힘 지도부 '후보 교체 시도'도 역설적 도움 줘"
지난해 12월 11일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 현안질문'이 진행된 국회 본회의 도중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요구로 대부분의 국무위원이 일어서서 국민에 대한 사죄를 하는 가운데, 김문수(왼쪽 세 번째) 고용노동부 장관만 홀로 자리에 앉아 있다. 정다빈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나를 이 자리에 앉혀 놓은 사람은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라는 발언을 주변에 한 것으로 12일 전해졌다. 당 지도부의 '대선 후보 기습 교체'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뒤 내놓은 언급이라고 한다.
김 후보 캠프에서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낸 박종진 국민의힘 인천 서구을 당협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 10일 새벽 당 지도부의 '김문수 대선 후보 선출 취소' 결정으로 후보직을 잃었다가, 11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의 후보 교체'에 대한 당원 투표 부결로 이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김 후보와 나눈 이야기를 전한 것이다.
김 후보가 '서 의원'을 거론한 이유는 지난해 12월 11일 국회 긴급현안 질의 때 벌어진 일에 있었다. 당시 서 의원은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불법 계엄 선포를 막지 못한 책임을 사과하라'며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요구했다. 대부분은 이에 순순히 응한 반면, 고용노동부 장관이었던 김 후보만 거부했다. 박 위원장은 "김 후보가 (그때 상황을 언급하면서) '서 의원이 전부 일어나 사과하라고 요구했는데 (나만) 꼿꼿이 딱 앉아 있었던 그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 난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문수(왼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권성동 공동선대위원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실제 그 이후 김 후보는 '꼿꼿 문수'로 불렸고, 연초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 진영 내 대권 주자 선두'로 단숨에 부상했다. 지난달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선고를 받자, 그는 닷새 뒤인 같은 달 9일 "깨끗한 내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을 이기겠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가 현재 위치까지 온 것과 관련, 박 위원장은 '당 지도부도 한몫했다'고 주장했다.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이양수 사무총장이 주도했던 '국민의힘 대선 후보 교체 시도'가 불러온 역풍을 가리킨 셈이다. 박 위원장은 "김 후보 입장에서 보면 감사드린다"며 "이로 인해 '한동훈 세력'도 들고일어나 우리를 지지했고, '홍준표계'도 도와주면서 전부 다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결국 김 후보가 '기호 2번'으로 6·3 대선에 나서게 된 건 어쩌면 '역설적 현상'이라는 게 박 위원장의 평가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김 후보를) 여기까지 만든 일등 공신이라는 건가'라는 진행자 질문에 그는 "일등 공신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재미있는 얘기지만"이라고 답했다.
윤현종 기자 belly@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