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철통경호도 어린아이들 앞에서만 무장해제
③"OOO식당 장사 어떤가요?"… 지역경제 활성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4일 경남 거제시 엠파크 차없는거리에서 유세를 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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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재수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유세 노하우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이동 시간을 쪼개 '라이브 방송(라방)'을 진행하는가 하면, 철통경호 속에서도 아이들에게는 먼저 다가가며 예외를 두는 식이다. 유세 현장 주변 점포들의 상호명을 콕 집어 말하는 '샤라웃(shout-out·이름을 언급하면서 존중을 표시)'도 애용했다. 가야 할 곳은 많고 시간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몸은 하나인 후보가 현장 인파의 마음을 최대한 끌어당기기 위해 고안한 비책이다. 이 후보에 덧씌어진 비호감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의 전략적인 제스처라는 분석도 나온다.
①이동 시간도 '금'… 달리는 버스 스튜디오 설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운데)가 지난 14일 부산에서 경남 창원으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북극항로를 주제로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왼쪽)와 대담을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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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라는 제한된 선거 운동 기간 내에 더 많은 유권자에게 가닿아야 하는 만큼, 한 시간 남짓의 이동 시간마저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후보 스스로 139만 명대의 구독자를 가진 '골드버튼 유튜버'인 만큼, 이동 중에도 카메라를 켜고 라방을 진행했다. 이 후보가 3년 전 대선 때부터 즐겨 찾던 홍보 방식으로, 지난해 총선에서는 무려 19차례에 걸쳐 18명의 후보를 원격 지원했다.
이번에는 특히 '라방'에 훨씬 더 힘을 줬다. 공보 버스 안에 '달리는 스튜디오'를 대대적으로 설치하고, 대선 슬로건인 'K-이니셔티브'를 차용한 'K-이니셔TV'라는 코너도 별도로 신설했다. 이 후보가 공식 선거 운동 개시 직전에 직접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지난해 총선까지만 해도 개인 차량 안에서 별다른 배경이나 연출 없이 즉흥적으로 방송이 이뤄졌던 것과 대조적이다. 당 관계자는 "온라인 유세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후보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5일 'K-이니셔TV' 라이브를 위해 스튜디오가 차려진 공보 버스로 이동하는 5분 동안에도 개인 차량 안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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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지마다 콘셉트에 맞춰 출연자를 미리 섭외하기도 했다. 전날 부산에서 경남 창원으로 이동하는 도중에는 '북극항로'를 띄운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와 버스 안에서 대담을 했다. 이날 경남 하동 화개장터에서는 '동서화합' 콘셉트로 광주 출신의 30대 남성과 대구 출신의 20대 여성을 섭외했다. 옷차림도 콘셉트 맞춤형으로 변주를 줬다. 전문가 대담에선 정장을 입으며 격식을 차렸고, 청년들과의 대화에서는 상아색 칼라셔츠에 하늘색 카디건을 착용하며 편안한 분위기를 더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5일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를 방문해 대형버스 안에 마련된 방송스튜디오에서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하동=고영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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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박한 시간 중에도 오프라인 현장 유세는 잡아놓은 시간보다 항상 '두 배'로 진행했다. 허종식 민주당 선대위 유세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연설 시간을 20~30분으로 잡아놓지만, 거의 40~60분씩 '따블'로 하고 있다"며 "후보가 자신을 보러 온 지지자들을 위해 무리해서 즉흥적으로 길게 연설을 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캠프에서도 이 후보를 두고 "체력왕"이라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이 후보는 따로 운동을 하지는 않고, 금주로 체력을 관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②철통경호도 아이들 앞에서만 '무장해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경북 구미역 광장에서 집중 유세를 하는 가운데 경찰특공대원들이 경호·경비 활동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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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특공대까지 동원된 철통경호도 어린아이들 앞에서만 무장해제되는 것도 특징이다. 캠프가 이 후보에게 당부한 유세 관련 지침은 "경호상 문제가 있으니 대면 접촉은 금지"가 유일하지만, 이 후보는 아이들에게는 먼저 사인이나 셀카를 찍으며 번번이 '지침'을 어겼다. 이 후보는 13일 울산 유세에서도 연설을 마친 뒤 아이들을 향해 가까이 오라고 사인을 해주겠다는 손짓을 했는데, 이때 인파가 몰려들면서 현장을 빠져나가는 데 한참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아이들과 가까운 모습을 연출하면서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고, 강하고 날카로운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이번에 민주당에서 배포한 대선 공보물에서도 이 후보가 2년 전 서울 강서구의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을 방문해 아이에게 몸을 숙이고 미소를 짓고 있는 사진이 크게 실렸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 홍보본부 수석부본부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이 후보의 대선 공보물을 공개하면서 대선 홍보 캠페인 기조를 브리핑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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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OOO식당 장사 어떤가요?" 샤라웃
유세 장소 주변의 상점명을 일부러 언급하는 '샤라웃'도 종종 사용했다. 이틀 전 대구에선 경제위기 상황을 말하면서 "OO케이스필름부착점 (장사) 괜찮나요?"라 물었고, 창원에서도 "저기 O플라워 장사 됩니까? OO추어탕 장사돼요?"라고 이름을 콕 집어 대화를 건넸다. 자영업자와 시장을 알리면서 홍보하고, 직접 골목경제 활성화를 견인하려는 차원이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이 후보가 시장, 도지사를 거치면서 몸소 체득한 선거 노하우"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울산 남구 롯데백화점 울산점 광장에서 열린 유세를 마친 뒤 아이를 껴안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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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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