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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1 (목)

    "변화하지 않을 때 미디어 진짜 위기"…CNN그룹 수석부사장 일레이나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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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CNN 본사의 수석부사장이자 글로벌 프로덕션 총괄로 승진한 일레이나 리(Ellana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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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를 전달할 방식은 다양해졌고 시청자와 기자의 간격은 더 좁혀졌다. 레거시 미디어가 변화하려 하지 않는다면 그때 진짜 위기를 맞을 것이다."

    최근 CNN의 그룹 수석부사장이자 글로벌 프로덕션 총괄로 승진한 일레이나 리(Ellana Lee)의 이야기다.

    이미 2006년 '최연소 임원'이란 타이틀을 달며 CNN 인터내셔널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본부장이 됐던 그는 이번 인사로 CNN 전체 그룹 차원의 수석부사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리 수석부사장은 25년 전 미국 CNN에 인턴 기자로 들어갔다. 이후 홍콩에 베이스를 두고 활동하며, 2018년 북미정상회담, 2019년 남북정상회담 등 여러 굵직한 이벤트의 취재를 진두지휘했다.

    이번에 그가 맡게 된 'CNN 글로벌 프로덕션'은 신설 조직이다. 기존의 아시아 태평양 총괄 업무를 병행하면서, 미국을 포함한 CNN 그룹 전체의 스폰서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일까지 책임지게 된다.

    승진 소식이 전해진 지난 12일과 15일, 리 수석본부장과 전화와 이메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글로벌 프로덕션 총괄이란 직책이 낯설다. CNN이 당신에게 맡긴 미션은 무엇인가.

    "미디어 업계가 매우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CNN이 이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자 만든 조직이다. 글로벌 프로덕션이 만드는 스폰서 콘텐츠는 단순한 속보가 아니라 보도에 가까운 성격의 이야기로, 유수한 스폰서를 끌어와 CNN의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이렇게 만든 콘텐츠는 미국 내 CNN뿐 아니라 CNN 인터내셔널을 통해 전세계로 제공된다."

    -25년 전, 기자의 길을 택한 배경이 궁금하다.

    "1980년대, 한국이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로 전환되던 격동의 시기에 성장했다.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한 열망이 폭발하던 때였다. 우리 가족은 항상 정치 이야기를 나눴고, 국내외 현안을 논의하는 게 익숙한 분위기였다. (리 수석부사장은 13대 국회의원을 지낸 도영심 세계여행관광협의회 대사의 장녀다.) 당시 언론들이 성장하는 것도 지켜볼 수 있었는데, 고품질의 저널리즘도 있었지만 사실에 기초하지 않는 저질 언론도 있었다. 이런 배경 속에서 미디어 산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어떻게 CNN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나.

    "미국 워싱턴에 있는 조지타운대에서 유학을 했다. 미국에서는 언론이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에 이은) 제4부(Fourth Estate)로 불리는 게 흥미로웠다. 그러다 CNN 워싱턴 지국에서 인턴 기회를 잡았다. 눈이 확 뜨이는 것 같았다. 학교 수업에서는 과거의 역사를 배웠지만, CNN에서는 현재진행형의 역사를 배우는 느낌이었다. 그 후 뉴욕 CNN에서 일하게 됐고, 4년 후에는 홍콩에서 국제뉴스를 담당했다.

    -아시아계 여성으로서 기자 활동을 하며 도전도 많았을 것 같다.

    "내가 맞닥뜨린 도전은 주로 CNN 외부에서 온 것이었다. 오히려 내부에선 항상 지지를 받았다. 내 의견이 존중받지 못했다면 25년간 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처음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맡았을 때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를 해야 했다. 그런데 회의장에 들어가면, 10번 중 9번은 사람들이 나를 통역사로 오해했다. 미국 회사 소속이다 보니 당연히 백인이나 남성을 기대했지, 아시아계 여성이 리더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거다. 처음엔 그런 반응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의 모습이 '충격'에서 '당혹감', 그리고 '어색한 수긍'으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흥미로웠다. 이제는 그런 일이 거의 없다. 여성 리더가 회의실 들어설 때 '저 사람 누구지' '여기에 왜 있지'라는 시선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된 것 같아 고무적이다."

    -'레거시 미디어'(신문·TV 등 전통적 방식으로 뉴스를 생산하고 배포하는 미디어)의 위기라고 한다. CNN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레거시 미디어가 지금 위기라고 하지만, 변화하려 하지 않을 때 진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TV는 CNN의 일부로 계속 남겠지만, 단지 하나의 플랫폼일 뿐이다. 오늘날 미디어 산업에서 이야기를 전달할 방식이 너무나 다양해졌다는 점은 오히려 기회다.

    틱톡의 세로형 영상 플랫폼을 봐라. 시청자들이 스마트폰으로 30cm 거리에서 콘텐츠를 본다. 그만큼 시청자와 저널리스트 사이의 간격이 좁아진 것이다. 몰입감도 높아졌다.

    이런 면에서 CNN은 변화에 정면으로 대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고 본다. 많은 미디어가 예산을 줄이고 있지만, CNN은 여전히 기자와 기술에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폭넓은 취재 네트워크를 유지하며 철저한 사실 검증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있고, 현장의 기자를 지키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가짜뉴스는 싸게 만들 수 있지만, 양질의 저널리즘은 값이 들기 마련이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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