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국힘이 개인정보 유출” 경찰에 고소
현행법상 교사는 특정 정당·후보 지지 못 해
교원단체 “정책 만들 때 의견 반영 어려워”
20일 전국 교사들에게 무더기로 뿌려진 국민의힘 명의의 임명장.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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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전국 교사들에게 '김문수 대선 후보 교육특보로 임명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무단 발송한 사건을 두고 교원 사회가 끓어오르고 있다.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도 큰 문제지만 교사의 정치기본권이 광범위하게 제한돼 불만이 큰 상황에서 문자가 이들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21일 조합원 1만 349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지난 19일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측이 보낸 '교육특보 임명장' 문자를 받은 조합원 비율이 63.4%(6,562명)였다고 22일 밝혔다. 수신자 중 99.7%는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한 적 없다”고 답했다. 교사노조에 소속되지 않은 교사들까지 감안하면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후보 측은 지난 20일 전국 교사들에게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희망교육네트워크 교육특보로 임명했다'며 무작위로 문자를 발송했다가 이후 논란이 되자 "잘못 보냈다"며 사과했다.
교원단체들은 "교사의 개인정보가 무더기로 빠져나갔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국민의힘이 교사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며 고소장을 접수했다. 교사노조 설문에서도 응답자 중 97.1%(1만 44명)가 "동의 없이 이름과 전화번호를 사용해 임명장을 발송한 관련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답했다.
교원 정치기본권 보장, 후보별로 온도차
교사들이 이번 사건에 특히 민감한 건 '교원 정치기본권 보장'에 대해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아 온 정당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교사들을 악용하려 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행 국가공무원법과 교육기본법 등에 따르면 교사 등 공무원은 정당에 가입할 수 없다. 또,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이 금지되며 정치 후원금도 낼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전면 제한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교총과 교사노조, 전교조 등 교원단체들은 모두 '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좋은교사, 교사노동조합연맹,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실천교육교사모임, 교사정치기본권찾기연대 소속 회원들이 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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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실 속에서 교사들은 정치 관련 언급을 무척 조심스러워한다. 무심결에 한 행동 때문에 징계받을 수 있어서다. 한 초등교사는 "교사직을 내려놓고 공직선거에 출마한 동료를 응원하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 '좋아요'만 눌러도 처벌받을 수 있다"면서 "그런 불안감을 느끼며 생활하는 까닭에 국민의힘 측이 '특보 임명' 문자를 보냈을 때 더 놀라고 화났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세린 교사노조 사무총장은 "정치적 기본권이 제한된 탓에 교육정책을 만들 때 교사 의견을 반영하기 어렵다"면서 "대선 기간임에도 노조로서 각 대선 후보들에게 특정 정책을 채택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6·3 대선 후보 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교사들이 근무시간 외에 직무와 무관한 정치활동을 보장받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도 헌법 개정 등을 통해 공무원·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을 약속했다. 반면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관련 공약을 아직 내놓지 않았다.
유대근 기자 dynam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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