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1심 재판, 2년 새 70% 늘어
‘정당한 이유’, ‘공포심 유발’ 여부 판단 엇갈리기도
스토킹범죄 재판의 쟁점과 피해자보호 학술대회 /사법정책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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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시행된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이 더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막고 초기 단계에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스토킹범죄 행위를 다소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어디까지 범죄로 볼지 해석의 문제가 생기고 있다.
28일 사법정책연구원과 대한변호사협회가 공동 주최한 ‘스토킹범죄 재판의 쟁점과 피해자 보호’ 학술대회에선 그동안 스토킹 재판에서 쟁점이 됐던 사례와 1·2심 판단이 엇갈린 사건 등이 소개됐다.
먼저, 소송이나 층간소음, 빚 문제 등 분쟁 관계에서 벌어진 행위에 대해 1·2심 판단이 서로 다른 경우가 많았다. 관건은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여부다. 스토킹처벌법에서는 스토킹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특정 행위를 함으로써 불안감 또는 공포감을 일으키는 것’ 이라고 정하고 있다.
지난 2023년 전 여자친구에게 빚 독촉을 하려고 2주간 9차례 집 근처에 과일과 쪽지 등을 놓아두고 두 달간 82차례 전화한 40대 남성 A씨는 1심에서 스토킹 행위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1심는 “A씨가 결별 후 금전관계가 제대로 정산되지 않자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면서 수시로 연락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스토킹행위가 아니라고 봤다. ‘피해자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없이’ 일방적·지속적·반복적으로 전화를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2심에서는 “피해자로부터 찾아오거나 연락하지 말라는 말을 몇 차례나 들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전화하고 물건을 뒀다”며 “피해자 의사에 반한 것으로 정당한 이유가 없는 행동”이라고 판단했다.
B씨는 아파트 위층에 층간소음 문제로 항의하기 위해 3차례 현관문에 메모지를 부착하거나 초인종을 누르며 소란을 피우고 피해자를 기다리다가 욕설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스토킹이 아니라고 봤지만, 2심에서 스토킹 행위로 인정됐다.
피고인의 행동이 불안감·공포심을 일으켰는지도 법이 정한 스토킹의 기준이지만, 법관이 구체적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해서 자주 쟁점이 된다.
지난 2021년 50대 남성 C씨는 울릉도 3박 4일 패키지 여행에서 처음 알게 된 20대 여성에게 여행하는 사흘간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내 성적인 언동을 해 스토킹 혐의로 기소됐다. 새벽에 피해자 옆방에서 쿵쿵 소리를 내고 욕설을 하는 등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1심에선 C씨 행동이 당황스러움이나 불편함을 넘어 불안감·공포심을 일으키는 정도는 아니라는 이유로 무죄가 나왔다. 그러나 2심은 “자신이 오랫동안 조폭 생활을 했다는 말을 한 뒤 늦은 밤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었고, 통화를 끊고 싶다는 피해자를 상대로 22분간 통화하며 성적 언동을 한 것은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인정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피해자 몰래 이뤄진 미행과 도촬을 스토킹으로 인정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흥신소를 운영하는 D씨는 2023년 의뢰인으로부터 ‘피해자를 살해하려 하니 집주소와 연락처를 알아내달라’는 의뢰를 받고 피해자 직장에 찾아가 몰래 얼굴을 촬영하고 피해자를 기다리다가 차량을 뒤따라갔다. 1심 법원은 이를 스토킹이라고 봤지만, 2심에선 미행과 촬영 사실을 피해자가 몰랐기 때문에 불안감이나 공포감을 느끼지 않았으니 스토킹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스토킹 재판은 매해 늘고 유형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1심 형사공판이 접수된 건수는 2022년 1974건에서 지난해 3349건으로 2년 새 7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약식명령 청구 사건은 같은 기간 1873건에서 4003건으로, 잠정조치(스토킹을 중단할 것을 명하는 결정) 접수는 7765건에서 1만1005건으로 늘었다.
발표를 맡은 한나라 창원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스토킹처벌법이 적용되면서 하급심에서 다양한 견해가 발생하고 한계나 문제점이 확인되기도 한다”며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는 한편 피고인의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 실무에서 문제되는 쟁점을 정리하고 논의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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