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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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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년 유망주’ 꿈을 현실로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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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 라운지]

    월드컵 대표 첫 승선, 전북 전진우 인터뷰

    조선일보

    전북 현대 공격수 전진우가 지난 6일 대전과 경기에서 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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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진우(26)는 10대 시절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축구 유망주였다. 프로축구 수원 삼성 산하 유스(youth) 강팀으로 꼽히는 매탄중과 매탄고에서도 돋보였다. 청소년 시절엔 태극 마크도 여러 번 달았다. 이강인(24)이 국제축구연맹(FIFA) 2019 U-20(20세 이하) 월드컵 준우승을 이끌었을 때 그도 함께 있었다. 당시 이름은 전세진(全世珍). 이름처럼 ‘(축구)세상의 보배’를 꿈꿨다.

    그렇게 2018년 19세에 수원 삼성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상무 시절을 빼면 수원 삼성에서 6시즌. 그렇지만 몽우리만 커다랬을 뿐, 정작 꽃을 피우지 못했다. 시야가 좁고, 체력이 약해 몸싸움에서 밀린다는 평판 속에 부진이 거듭됐다. 골을 넣고도 세리머니를 할 기분이 나지 않을 만큼 부담감에 짓눌렸다. 수원 삼성에서 K리그 104경기를 뛰어 10골 7도움. 스트라이커로선 미흡했다. 답답한 마음에 2022년 이름을 ‘크게 발전한다’는 의미를 담은 전진우(全晉旴)로 바꿨다. 그러나 별 진전은 없었다. 지난 시즌 K리그2(2부) 16경기에서 1골 1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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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이철원


    결국 지난 시즌 중반 친정(수원 삼성)과 헤어졌다. 강등권 탈출을 위해 1~2부 리그 공격수를 눈독 들이던 전북 현대가 손을 내밀어줬다. 전북에서도 14경기 3골 1도움. 이름도 바꾸고 팀도 바꿨지만 존재감은 여전히 희미했다.

    그러나 터널의 끝이 나타났다. ‘만년 유망주’에서 이번 시즌 괄목상대(刮目相對)로 달라졌다. 김천 상무와 개막전에서 헤더 골로 2대1 역전승을 이끌더니 4월에만 4골을 넣으면서 생애 첫 K리그 ‘이달의 선수상’까지 받았다. 28일 기준 16경기 11골. 리그 득점 선두다. 소속팀 전북도 12경기 무패(8승 4패)를 달리며 함께 날아올랐다. 전진우는 최근 27일 대구FC전에서도 1골 1도움으로 4대0 대승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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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 훈련하며 몸을 풀고 있는 전진우. /신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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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 전북 현대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전진우는 ‘요즘 활약 때문에 인터뷰를 많이 하겠다’라는 말에 “좀 많긴 한 것 같다”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실력이 좋아졌다기보다는 심리적인 부분이 컸다. 예전(수원 삼성 시절)에는 욕을 많이 먹다 보니 조급해지는 한편, 정말 필요할 때 오히려 주저하게 되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라면서 “전북에 와선 마음 편하게 경기장에서 즐기자고 다짐했다. 그러고 나니 심적 여유가 생겨 더 잘 풀렸다”고 말했다.

    혼자 힘은 아니다. 올 시즌 전북에 새로 부임한 거스 포옛 감독이 그의 잠재력을 깨웠다. “감독님은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걸 명확히 구분해주셨다. 수비 가담은 어느 지역까지만 한다는 식이다. 그리고 공격할 때는 언제 다른 선수에게 공을 내주고, 언제 일대일로 승부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셨다”며 “힘을 비축할 때와 터트릴 때를 알게 됐다”고 했다.

    ‘지옥의 동계 훈련’도 한몫했다. 포옛은 지난 1월 태국 후아힌 전지훈련에서 선수들 체력을 증강시키는 데 집중했다. 유산소와 무산소를 섞어낸 고강도 훈련에 선수들이 자유 시간에도 숙소 밖을 돌아다니지 못할 정도로 녹초가 됐다. 전진우는 “선수 생활 중 가장 힘들었다”면서 “그래도 무작정 뛰는 게 아니라 정확히 어떻게 몇 번 뛰어야 하는지 알려주시니 잘 따라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체력이 올라오니 몸싸움에 자신감이 붙고, 땅만 바라보고 드리블하는 대신 주변을 둘러보면서 패스를 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전진우는 그동안 A대표팀에서 뛴 적이 없었다. 이 인터뷰를 할 당시는 6월 월드컵 예선 대표팀 명단 발표 전. “당연히 꿈은 국가대표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제 조금 멀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면서 “기대를 하다 보면 안 됐을 때 더 실망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크게 기대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심정이었다. 다만 “대표팀에서 뛰는 선수들이 어떤 수준인지 보고 싶기도 하고 내가 어느 정도인지 테스트해 보고 싶다”고 전했다.

    그리고 지난 26일 발표된 대표팀 명단에 그의 이름이 있었다. 전진우는 “내 이름이 맞는지 몇 번이나 확인했다. 그래서 사실 누가 또 있는지 제대로 확인조차 못 했다”면서 “꿈이 이뤄졌다.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모든 걸 다 던져서 싸우겠다”고 했다. 욕심을 내려놓자 오히려 황금기가 찾아왔다. 봄의 끝자락에서 희망을 찾은 이 ‘만년 유망주’는 “힘든 시간들 덕분에 단단해졌다. 이제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웃었다.

    [완주=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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