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7회인 이번 학술 대회에선 그동안 박물관에서 연구하고 일한 성과물을 모아 13팀이 발표하고 토론했다. 동원 선생의 손자 이용범 선생도 참석했다.
동원 선생이 30여 년간 수집하여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유물은 모두 5205건 1만202점이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우리 문화유산이 소실되고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평생 수집한 것이다. 당시 기준으로 국립박물관이 생긴 이래 가장 많은 기증 수량이었다. 기증한 수집품은 한국 선사시대부터 근대의 도·토기, 금속, 서화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자기, 서화도 포함되어 있어 문화사적 가치와 의미는 어마어마하다. 1980년 10월 13일 이홍근 선생이 돌아가시고 유족이 고인 뜻에 따라 기증하겠다고 밝힌 후, 1981년 2월 초 기증품 인수가 시작됐다. 유족은 기증품을 포장하러 온 박물관 직원들에게 매일 따뜻한 점심을 대접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도 전해진다.
2021년에 이루어진 고 이건희 회장의 기증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건희 회장 유족은 귀한 문화재 2만1693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이러한 대규모 기증은 개인의 컬렉션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박물관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에도 지대하게 공헌했다. 이건희 회장 기증품으로 이루어진 ‘어느 수집가의 초대’ 특별전은 수집가의 집으로 초대한다는 의미로 기획해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다.
고 이홍근 선생과 고 이건희 회장의 기증 정신에 깃든 우리 문화유산의 진정한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한다. 문화유산 기증은 단순히 유물을 국가에 기증하는 것을 넘어, 문화유산의 가치를 깨닫고 후대에 온전히 물려주겠다는 기증자의 깊은 혜안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현주 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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