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에이자는 미생물 감염 불안증에 시달리는 고교 3학년이다. 그는 과연 불안증을 이기고 꿈 같은 사랑을 만날 수 있을까. HBO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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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자(이사벨라 머스드)는 미생물을 무서워한다. 정도가 지나칠 정도다. 강박증에 손을 뜯고선 감염될까 봐 손을 비눗물로 박박 씻은 후 밴드를 붙이고서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다. 에이자의 강박은 어린 시절 커다란 상실에서 비롯됐다. 에이자는 눈앞에서 아버지가 갑자기 죽는 모습을 봤다. 정신과 의사를 만나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아야 할 정도로 미생물에 민감하니 친구가 많을 리 없다. 데이지(크리)가 유일한 친구다. 데이지 역시 외톨이라 마찬가지다.
①실종된 부호에 걸린 10만 달러
절친 에이자와 데이지는 현상금 10만 달러를 받기 위해 카누를 타고 실종자 찾기 모험에 나선다. HBO 게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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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는 어느 날 지역 부호의 실종에 관심을 갖게 된다. 현상금이 10만 달러라서다. 가난해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고, 대학 진학을 걱정해야 하는 데이지뿐 아니라, 가고 싶은 대학 등록금이 모자란 에이자 역시 귀가 솔깃하다. 무엇보다 실종 부호의 아들 데이비스(펠릭스 멜리어드)는 에이자와 인연이 있다. 에이자는 의도치 않게 데이비스를 만나게 되는데 둘은 보자마자 얼굴에 홍조를 띤다. 청춘 성장물 같던 영화는 추리수사극 형태로 전환되자마자 청춘 로맨스물로 돌변한다.
②질풍노도 청소년의 꿈과 사랑
에이자는 오랜만에 만난 데이비스와 곧바로 사랑에 빠진다. 둘 사이를 가로막는 건 바이러스 감염 불안증이다. HBO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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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자와 데이비스는 사랑에 빠진다. 상실의 아픔을 지닌 둘은 급속히 가까워진다. 둘 사이 장벽은 빈부의 차이는 아니다. 부모의 반대조차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상황이다. 둘을 가로 막는 건 에이자의 불안증과 강박이다.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키스는 에이자에게는 치명적인 바이러스 감염을 의미한다. 아무리 데이비스가 배려 있고, 조건 없이 물질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사람이라도 신체 접촉은 두려움 그 자체다.
에이자는 정신적 벽을 허물고 데이비스와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불안증을 이겨내고 어머니라는 둥지를 벗어나 그토록 원하던 노스웨스턴대학 입학이라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더불어 데이비스와 온전히 사랑을 이어갈 수 있을까. 에이자가 품는 의문은 인생의 가로막으로 다가온다. 청소년 에이자는 남들보다 더 격심한 질풍노도의 시간을 견뎌내고 사랑과 원하는 대학 진학이라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③산다는 건 누군가의 사랑이 있기에
에이자(왼쪽)는 늘 옆에 있는 데이지라는 친구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닫는다. HBO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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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자는 데이비스와 가까워지면서 자신의 불안증을 새삼 확인한다. 데이지와의 관계가 흔들리기도 한다. 누구나 지나기 마련인 청소년기의 방황을 더 극심하게 겪는다.
에이자는 방황을 통해 삶의 교훈을 얻는다. 인생은 늘 험난하다는 것을. 자신이 겪는 시련이 남들보다 극심할지라도 결국 그 어려움을 이겨내야 하는 건 자신이라는 것을. 시련 극복에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주변 사람들의 사랑이라는 것을. 에이자에게 깨달음을 안기는 이는 엄마도, 데이비스도, 정신과 의사도 아니다. 항상 옆에 있어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 했던 데이지다.
뷰+포인트
뻔한 듯 뻔하지 않은 청춘 성장 영화다. 에이자는 10대 후반 누구나 통과하기 마련인 의례를 좀 더 특별한 상황에서 경험한다. 요컨대 에이자의 고민과 상처는 전 세계 10대 후반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고통이다. 미국 작가 존 그린의 동명 소설(2017)을 영상으로 새롭게 표현했다. 배우 출신 감독 하나 마크스가 메가폰을 잡았다. 감정에 휘둘리면서 가장 순수한 사랑을 할 수 있는 10대의 방황과 사랑을 섬세한 연출로 표현해 낸다. 마크스 감독의 네 번째 연출작이다. 영화팬이라면 기억해두고 감독의 차기작을 기다려도 좋을 듯하다. ***로튼토마토 지수: 평론가 86%, 시청자 96%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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