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진포 호수는 바닷물과 산에서 내려오는 민물이 섞여 있는 호수다. 이런 호수를 석호(潟湖)라고 부른다. ‘석(潟)’ 자가 개펄을 가리킨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도 원래 석호였다고 한다. 그 석호 위에 나무 기둥을 박아 수상 도시를 건설한 것이다. 경포대도 원래 석호였지만 지금은 둑을 쌓아서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기능이 사라졌다. 둘레가 16km. 예전에는 호수 주변에 해당화가 둘러싸고 있어서 이름에 꽃 화(花) 자가 들어갔다.
화진포 호수는 동해의 파도가 세게 칠 때는 모래언덕 사이로 난 수로를 통해서 바닷물이 호수로 유입되는 구조다. 평상시에는 어느 정도 차단이 된다. 바닷물이 들어오는 모래톱의 수로에 모래가 막히면 포클레인으로 모래를 파낸다. 짠물이 들어오는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바닷물과 민물이 반반 정도 섞인 석호에서는 어떤 고기가 살 수 있을까? 나는 이 점이 몹시 궁금했다. 민물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짠물인 것이다. 정치인 이철승이 70년대 후반에 주장했던 ‘중도통합론(中道統合論)’의 현실적 사례가 이런 호수에서 사는 물고기가 아닐까 싶다.
화진포 앞바다에서 50년 동안 고기를 잡아온 어부 도한섭(73)에게 물어보니까 “광어, 숭어, 도미, 전어가 있고 민물 어종인 가물치도 이 호수에 산다”고 답변한다. “잉어도 사나?” “전에는 살았다고 하는데 요즘은 볼 수가 없다.”
한국의 가물치가 역시 세긴 세다. 민물고기가 짠물고기들하고 같이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가물치야말로 양쪽 진영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물건 고기이다. 가물치는 예전에 우리나라 어머니들이 산후 조리를 할 때 솥단지에 폭 고아서 먹었던 영양식이다. 한국의 가물치는 미국으로 건너가서 ‘스네이크헤드’로 불린다. 미국 사람들은 하천 생태계를 박살 낸 골치 아픈 어종으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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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동양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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