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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0 (수)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트럼프, 나토서 ‘가짜 뉴스’에 분노 폭발… “개처럼 쫓겨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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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공습 결과 평가 절하한 CNN에 불만

    “쓰레기 같은 사람들” 원색적 발언 쏟아내

    FBI, 기밀유출자 색출나서… “감옥가야”

    스페인 기자에는 “가서 돈 내라고 전하라”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네덜란드 헤이그 나토 정상회의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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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이란 공습에 참여한 미주리주(州)의 비행기 조종사들과 통화했는데 그들은 지금 절망에 빠져있습니다. 평범한 삶을 사는 이들은 쓰레기(scum) 같은 사람들이 나와서 가능한 한 부정적인 기사를 쓰는 ‘가짜 뉴스’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의 마지막 일정으로 약 30분 동안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자신에 비판적인 CNN과 뉴욕타임스(NYT), MSNBC 등 좌파 성향 언론에 대해 유독 독한 말을 쏟아냈는데, 옆에 있던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마이크를 잡고 “가짜 뉴스가 가짜 뉴스로 불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며 독설을 쏟아냈을 정도로 분위기가 격화됐다. 지난 21일 이뤄진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과 관련해 “정보 당국의 초기 피해 평가 결과 핵시설이 예상했던 것만큼 큰 타격을 입지 못했다”는 보도가 트럼프의 심기를 거슬렀기 때문이다.

    CNN·NYT 등은 전날 국방정보국(DIA)의 내부 문서를 입수해 B-2 스텔스 폭격기가 대거 동원된 이번 작전으로 “이란의 핵프로그램이 수개월 지연되는 데 그쳤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이날 “이란의 핵프로그램은 분명히 파괴됐고 그들은 다시 핵을 가질 수 없을 것” “우리가 비행기로 핵시설을 공격했을 때 전쟁이 실제로 끝났다”며 반복해 말했다. 그러면서 “작전을 수행한 세계 최고의 조종사들이 돌아와 ‘거의 피해가 없었다’는 말만 듣고 있다”며 “그들이 받을 만한 존중을 해달라”고 했다. 트럼프는 자신에게 질문한 CNN의 백악관 출입기자인 케이틀린 콜린스를 향해 “일단 그들이 뭐라 말하는지 들어보자” “가짜 뉴스를 그만 만들어야 한다” “사실 이제 아무도 보지 않는다”며 원색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또 자신의 재임 기간 동안 언론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가 크게 하락한 것을 언급하며 “스스로가 자랑스럽다”고도 했다.

    트럼프는 작전을 마치고 미주리주 기지에 복귀한 B-2 스텔스 폭격기 파일럿 중 한 명과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며 “그들은 나에게 ‘완전히 명중했다’고 보고했는데 타격이 없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절망에 빠졌다” “쓰레기 같은 사람들이 나와서 부정적인 기사를 쓰는데 그 반대여야 한다” “우리는 이 조종사들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이들을 영웅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 옆에 있던 헤그세스도 나와 “이 파일럿들이 핵프로그램을 제거하기 위해 적의 영공에 들어가 36시간 동안 보인 비행 기술과 용기는 여기 있는 사람들 중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것”이라며 “가짜 뉴스가 가짜 뉴스로 불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CNN과 NYT는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왜곡하고 트럼프와 우리 나라를 해치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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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왼쪽)이 25일 네덜란드 헤이그 나토 정상회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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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는 귀국 길에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글을 올려 CNN 기자 나타샤 버트란드의 실명(實名)을 거론하며 “해고되어야 한다” “그녀는 즉각 비난받고 ‘개처럼(like a dog)’ 쫓겨나야 한다”고 했다. 또 유사한 보도를 한 NYT 기자에 대해서는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정말 나쁘고, 병든 사람들”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이란 핵시설이 괴멸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가짜뉴스’라는 별도의 보도자료를 배포해 이란 핵시설 피해를 강조한 일부 기관·인사들의 평가를 소개했다.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도 앞다퉈서 대통령 주장을 뒷받침하고 나섰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DIA 보고서 유출 건과 관련해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나섰다며 “언론에 유출한 사람들은 감옥에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평소와 달리 유럽의 언론사 기자들도 다수 참석해 트럼프에게 질문을 던졌다. 트럼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를 국방비로 지출하라는 자신의 요구를 거부한 스페인 언론사의 기자에게 “돌아가서 전하라”며 “스페인만 5%를 지출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무역 협상에서 그 돈을 내야 할 텐데, 더 많은 돈을 내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또 우크라이나 출신 여기자가 현역 군인인 자신의 배우자가 우크라이나에 남아있는 개인적인 사연을 언급하자 “남편께 안부를 전해달라”며 “내가 보기에도 정말 힘들 것 같다. 행운을 빈다”고 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대공 미사일을 추가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말미에는 영국 스카이뉴스의 한 기자가 마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트럼프를 ‘아빠(daddy)’라 부른 것을 언급하며 “당신은 나토 동맹국들을 아이처럼 여기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트럼프와 무대에 서 있던 헤그세스와 루비오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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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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