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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기업 임원은 기관장으로, 시청 과장은 조선소로… 민관 인사교류 '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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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시, '전국 최초' 민관 인사 교류
    공공기관은 정원 감축에 수익 증대
    기업은 규제 완화로 투자 활성화


    한국일보

    김두겸(왼쪽) 울산시장이 지난 2023년 12월 11일 울산시청 시장실에서 김규덕 울산시설공단 신임 이사장에게 임명장 수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울산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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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민·관 인사교류 정책이 업무 성과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 혁신을 추구하는 공공부문과 현장 밀착 행정을 요구하는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상호 실익을 창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울산시에 따르면 울산시설공단은 HD현대중공업 경영지원본부 김규덕 전무를 이사장으로 영입한 지 1년 6개월 만에 정원 38명을 감축해 연간 26억 원이 넘는 인건비를 절감하게 됐다.

    김 전무는 울산시와 현대중공업 간 '기업 문화 전파 등을 위한 인적교류 협약'에 따라 2023년 12월부터 울산시설공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앞서 같은 해 3월 지방공기업법 개정으로 인사청문회만 거치면 별도 공모절차 없이 단체장이 공기업 대표를 임명할 수 있게 되면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임기는 3년으로, 내년 말까지다. 현직 기업 임원이 인사교류를 통해 공공기관 수장으로 임명된 것은 울산이 전국 최초다.

    울산시설공단은 2000년 설립 이래 체육, 공원, 문화, 장사 시설 등 다양한 공공시설을 관리·운영하고 있다. 정원은 400명으로 시 산하 9개 공공기관 중 가장 규모가 크다. 김 전무는 "다양한 업무를 대신할 수 있는 장비가 많이 도입됐음에도 시설공단 설립 후 25년 동안 정원 산정에 대한 재평가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재의 기술력과 근무 환경을 기준으로 정원이 적정한지 면밀히 분석했고, 내부 합의를 거쳐 감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정원 감축이 기존 인력을 내보내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인위적인 구조조정과는 선을 그었다. 이어 "부족한 직렬에는 지금도 채용을 진행 중이며, 실제 업무 수요에 맞춰 인력을 유연하게 운영하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정원 조정은 직원뿐 아니라 시설 이용자 수에도 적용됐다. 공단은 안전과 위생, 쾌적성, 법적 기준 등을 고려해 헬스장과 수영장 등 주요 시설의 이용자 정원을 10%가량 확대했다. 또 유휴 공간을 분양하거나 임대해 공실률을 낮추고,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그 결과 시설 이용률은 전년 대비 11.8% 증가했고, 수익은 2억 7,000만 원 늘었다.

    울산시는 민간 인재를 공공기관에 영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역으로 공무원을 민간 기업에 파견하는 인사교류도 병행하고 있다. 2022년 9월 현대차 전담팀을 시작으로, 대규모 투자 사업을 추진 중인 기업에 전담 공무원을 배치해 밀착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지난해 1월부터는 송연주 울산시 기업현장지원과장을 HD현대중공업에 파견해 기업의 애로사항을 실시간으로 청취하고 해결하는 현장 중심 행정을 실천 중이다. 민간 기업과의 긴밀한 인사 협력은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동일 부지 내에서 여러 건축물의 허가를 동시에 접수·처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울산시의 건의를 토대로 오는 9월까지 '건축법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한 건축물의 허가가 완료돼야 다음 건축물의 인허가 신청이 가능해, 대규모 공장 건설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소 특성상 수시로 건축물 철거나 증축 허가가 필요한데, 기존 방식은 제약이 컸다"며 "개정이 완료되면 적시에 추가 시설 건립이 가능해 사업 계획 수립과 비용 운용이 한층 유연해질 것"이라고 환영했다.

    이러한 규제 개선 노력은 투자 유치 성과로도 이어졌다. 울산시는 최근 3년간 32조 7,000억 원 규모의 기업 투자를 유치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월 평균 9,000억 원의 투자를 이끌어낸 셈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어느 지역에 투자할지 선택은 기업의 몫이지만, 기업하기 좋은 밭을 가꾸는 건 행정의 역할"이라며 "울산이 그 '꽃밭'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행정 절차 완화와 규제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울산= 박은경 기자 chang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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