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데번은 가족에게 무신경한 동생 시몬에게 화가 난다. 그는 시몬을 찾아가 분풀이를 할 생각을 한다.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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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바로 보기 | 5부작 | 19세 이상
데번(메건 페이히)은 울고 싶은 상황이다. 대학 중퇴 후 일정한 직장이 없다. 아버지는 치매 진단을 받았다. 데번은 알코올중독증을 이겨내려 했으나 홧김에 술을 마신 후 음주운전을 저질렀다. 자신이 희생하며 키운 여동생 시몬(밀리 올콕)은 여러 번 문자를 보내도 응답 한번 없다. 화가 난 데번은 시몬이 일하고 있는 곳을 찾아간다.
①부자 상사와 부자처럼 사는 동생
시몬(왼쪽)은 미카엘라의 비서로 하루 종일 상사를 보좌하며 화려한 삶을 산다. 언니 데번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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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은 부잣집에서 일한다. 보통 부자가 아니다. 시몬의 상사인 미카엘라(줄리앤 무어)와 피터(케빈 베이컨) 부부는 섬에 대저택을 짓고 영주처럼 산다. 시몬은 비서로서 미카엘라가 일어나서부터 잠들 때까지(때로는 잠이 깬 새벽에도) 모든 일을 돕는다. 시몬이 없으면 미카엘라는 화장실조차 못 갈 것처럼 보인다. 언니가 애타게 ‘구조 신호’를 보내도 응답하지 못할 수밖에.
데번이 찾아가자 시몬은 달가워하지 않는다. 미카엘라 역시 마뜩잖은 표정이다. 시몬과 미카엘라는 상사와 부하직원 이상의 관계로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미카엘라는 사이비종교 교주 같다. 피터의 전처와 아이들과 관련해 고약한 소문이 나돌기도 한다. 투사 기질이 강한 데번이 그냥 넘어갈 리 없다. 그는 나름 동생을 위해 ‘구출 작전'에 나선다. 시몬은 전혀 원치 않고, 미카엘라는 ‘방해 공작’으로 맞선다.
②신경전이 만들어내는 쓴웃음
시몬은 부자 남자친구 이선의 청혼을 받는다. 시몬은 이성적이면서도 상식적인 반응을 보인다.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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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번의 추측처럼 시몬은 미카엘라에게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를 당하고 있는 걸까. 미카엘라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살인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악인일까. 데번이 의문을 품을수록 이야기는 공포물 또는 스릴러물의 외관을 띤다. 하지만 이 드라마, 블랙 코미디다.
데번과 시몬은 어두운 과거를 보냈다. 무책임한 부모 때문이다. 자매는 같은 가정환경에서 자랐으나 가치관은 다르다. 감성적이고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데번과 달리 시몬은 이성적이며 야망이 크다. 데번은 동생이 미카엘라 때문에 비뚤어진 삶을 산다고 생각하나 시몬은 부자를 받들며 부자처럼 살고 싶다.
③“돈 쓰는 게 제일 쉬운” 사람들의 세계
미카엘라의 남편 피터는 점잖고 신사적이며 모든 일을 아내에게 맡긴다. 알고 보면 그가 집안의 지배자다.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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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라의 권력은 엄청나다. 노예 부리듯 해도 집안 일꾼들은 불평 한 마디 하지 않는다. 시몬은 미카엘라를 등에 업고 사람들을 착취한다. 일꾼들이 시몬의 추락과 불행을 바랄 수밖에.
“돈 쓰는 게 제일 쉬운”(피터) 부자들의 세계는 종종 요지경이다. 미카엘라의 이웃으로 시몬과 비밀 연애(미카엘라가 싫어해서다)하는 이선은 무능력하고 눈치가 없는 인물이나 재력 덕분에 사람들의 존중을 받는다. 미카엘라는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 한다. 매사 점잖고 합리적으로 보이는 피터라고 다를까. 사람들을 돈으로 쥐고 흔드는 것처럼 보이는 미카엘라를 지배하는 이는 결국 피터다.
뷰+포인트
몰리 스미스 메츨러의 희곡 ‘엘레메노 피’(2011)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데번이 미카엘라의 집에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소동극이 5부작 내내 펼쳐진다. 미국 상위 0.1% 부자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엿볼 수 있다. 대저택의 화려한 외형만으로도 눈동자가 커진다. 시몬의 예상 밖 선택이 반전을 만든다. 미카엘라처럼 살고 싶었던 시몬이기에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하나 의외이긴 하다. 집안의 모든 질서를 관장하는 이가 미카엘라가 아니라는 점도 시몬의 선택으로 드러난다. 돈이 전부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이라면 씁쓸하게 느낄 결말이다. ***로튼토마토 지수: 평론가 75%, 시청자 61%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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