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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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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만의 시선으로 본 세상… AI 영화 도전한 10대 감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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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0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조선일보

    제20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의 'AI 시네마' 특별전에 나온 '피에리-빌런 아카데미'. 고등학생 양정후군의 작품으로, 악당이 되는 목표를 이뤘으나 취업이라는 다음 퀘스트를 만나는 주인공을 보여준다./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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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악당이 되고 싶어 빌런 아카데미에 입학한 엉뚱한 꼬마, 마침내 목표를 이루지만 다음 퀘스트가 등장한다. 다름 아닌 취업.(영화 ‘피에리-빌런 아카데미) 가면이 일상인 소녀, 모두가 쓰고 있는 웃는 가면에 문득 기이함을 느낀다. 이걸 벗어버릴 수는 없나. 선택의 기로에 선다.(영화 ‘가면의 사회’)

    AI 영화에 뛰어든 10대 감독들은 발상부터 달랐다. 지난 12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AI 시네마 상영전’은 미래 영화인들의 야심찬 도전장이었다. 지난 8일 개막한 제20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BIKY)의 특별전으로 선보인 이날 작품은 7편. 16~18세 고등학생 7명이 16주간 영상 창작 워크숍에서 공부하며 만들어냈다. ‘누구나 AI를 쓸 수 있는 시대, 나만의 영화를 어떻게 만들까’라는 질문에 대한 각자의 응답을 담았다.

    학생들은 전체 과정 16주 중 절반을 이야기 다지기에 쏟았다. 워크숍을 총괄한 남기륭 디렉터는 “AI 시대에도 중요한 건 자신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10대 감독들은 비슷한 창작 과정을 거쳤다. 시나리오 작성은 챗GPT의 도움을 받고, 이미지는 AI ‘미드저니’를 썼다. 이후 영상 생성은 AI ‘클링’, 편집은 ‘비드’를 활용했다. 그 결과 성인 감독도 눈여겨볼 만한 신선한 작품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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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0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AI 특별전’에서 선보인 영화 ‘이따가’의 한 장면. 일을 나중으로 미루기만 하던 주인공이 엄마 생일을 하루 앞두고 겪게 된 일화를 담았다. 감독 이다혜양이 주인공으로 출연하고 AI 시각 효과를 입혔다./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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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를 쓴다고 해서 모든 과정이 척척 이뤄지지는 않았다. 어떤 명령어를 입력하느냐에 따라 결과물 수준이 크게 달랐다. 아이들만의 창의적 발상도 아직은 AI가 따라 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피에리-빌런 아카데미’를 만든 양정후군은 “AI는 현실적인 데이터 위주로 학습돼 있어서 제가 원하는 스타일을 뽑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고 했다. ‘가면의 사회’를 만든 김나영양은 “AI에 지배되는 사람이 아닌 유용하게 사용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앞으로 저만의 스타일을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시상식에서는 어린이·청소년 20명이 선정에 참여한 여러 수상작이 호명됐다. 신체 고민이었던 점을 소재로 만든 영화 ‘점.’으로 넓은바다상을 수상한 조주안군은 “저의 콤플렉스가 여러 사람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다’로 파란하늘상을 받은 신서연양은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영화를 열심히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BIKY는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20주년 특별전인 ‘한국 가족 시네마의 현재’처럼 가족 전체를 돌아보는 상영전도 마련됐다. 클래식 부문에선 스페인 거장 빅토르 에리세의 ‘벌집의 정령’등 초기작 두 편과 일본 소마이 신지 감독의 신작’여름 정원’등 아이와 어른의 경계를 허무는 명작도 함께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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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 인근에서 제20회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의 부대행사인 야외공연을 즐기고 있는 가족 관객들,/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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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시작해 스무 살이 된 BIKY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유소년 영화제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영화제 지원 축소의 직격탄을 맞아 2년 연속 국비 지원에서 제외되며 20회 개최에 빨간불이 켜지기도 했다. 이현정 BIKY 집행위원장은 “10대 창작자들의 열기 덕분에 올해 영화제가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게 됐다”며 “문화 강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어린이·청소년들을 위해 영화제를 더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BIKY는 올해 처음 서부산으로 무대를 넓혀 19일까지 이어진다.

    [신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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