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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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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일 "강력한 삼각 축 만들자" 했지만… 트럼프 압박에 불편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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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정부 첫 한미일 외교차관협의체
    회의 성과 언급 자제, 트럼프 압박 의식했나
    관세 협상 난항에 트럼프 방일 막은 베선트


    한국일보

    한미일 3국 외교차관이 18일 일본 도쿄 외무성 이쿠라공관에서 열린 제15차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에 앞서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크리스토퍼 랜도 미국 국무부 부장관. 도쿄=류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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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미국, 일본 3국 외교차관이 18일 일본 도쿄에서 만나 북한 비핵화와 한미일 안보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관세·방위비 문제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때문인지, 3국은 기자회견도 열지 않고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 크리스토퍼 랜도 미국 국무부 부장관,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등은 이날 도쿄 외무성 이쿠라공관에서 열린 제15차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에 참석해 3국의 긴밀한 공조를 재차 강조했다.

    랜도 부장관은 모두 발언에서 "미국으로선 한미일 3국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세 나라가 함께할 때 더 강한 삼각 축을 형성한다"고 밝혔다. 북한과 러시아 간 밀착, 중국의 군비 증강 등으로 동북아시아 지역 내 긴장감이 고조되자 국제사회에 '3국 협력 강화' 메시지를 낸 것이다.

    협의회 후 외교부는 3국 차관이 한미일 협력을 통한 강력한 북핵 억제력 유지가 중요하다며, 굳건한 양자 동맹을 기반으로 한 한미일 안보 협력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한반도 긴장 완화와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을 설명했고, 3국 차관은 북한 문제 진전을 위한 외교적 노력과 관련해서도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또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핵심 광물, 공급망 및 인공지능(AI) 등 핵심·신흥 기술 분야에서의 실질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편 일본 외무성은 3국 차관이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해 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협의회 결과 관련 보도자료에서 "'알래스카 지속가능한 에너지 콘퍼런스'에 일본과 한국이 참여한 것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방출에 의해 뒷받침되는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에 대한 강력한 신호를 보낸다는 데 3국 차관들이 동의했다"고 밝히면서 알래스카산 에너지 판매에 대한 기대를 강조했다.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는 북핵 문제와 글로벌 현안을 논의하는 3국 정례 회의체로, 이재명 정부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렸다. 더욱이 3국은 지난 11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 계기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지 일주일 만에 다시 만났다. 박 차관은 "오늘 회의가 일주일 만에 열린 건 3국 협력 강화라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이시바 시게루(오른쪽 세 번째) 일본 총리가 지난달 16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캐나다 캐내내스키스에서 미일 정상회의 도중 옆에 앉아 눈을 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이시바 총리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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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이날 회의는 그동안 3국 회의와 달리 철통 보안 속에서 진행됐다. 언론에 모두발언만 공개했고, 회의 종료 후 3국 공동 기자회견은 열지 않았다. 협의회 전후 한일·한미 양자 회의가 열렸지만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 압박을 이어가는 상황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한국은 시장을 개방할 의향이 있는 것 같다"며 우회적으로 농수산물 시장 개방을 압박했고, 이튿날에는 "일본은 서한대로 (25% 관세율로) 갈 것 같다. 합의 도달을 기대하지 않는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편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엑스포) 미국의 날(19일) 행사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도쿄 총리 관저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만나 관세 문제를 논의했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방문도 거론됐지만, 베선트 장관이 '관세 협상이 교착 상태라 안 된다'며 강하게 반대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니치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일본을 찾았는데도 일본 측의 큰 양보를 끌어내지 못하면 (협상이) 실패로 간주돼 비판받을 것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로서는 20일 참의원 선거 전까지는 미국쌀 수입 확대 등 큰 폭의 양보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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