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내에서도 "네타냐후 미쳤다" 불만 나와
이스라엘, 가자 중부 데이르알발라서 공격 확대
20일 가자지구 중부 누셰이라트에서 주민들이 식량을 배급받고 있다. 누셰이라트=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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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과 일본 등 28개국 외무장관이 공동으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에서 비인도적 방식의 원조로 피란민을 돕기는커녕 오히려 죽이고 있다고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개의치 않고 오히려 가자지구 내 군사 작전을 확대하고 나섰다.
"위험한 원조방식 바꿔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과 프랑스, 일본 등 25개국 외무장관과 유럽연합은 21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 정부의 원조 방식은 위험하고 불안정을 조장하며, 가자 주민의 인간 존엄성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또 "우리는 물과 식량이라는 기본적 욕구를 채우려 애쓰는 어린이와 민간인을 비인도적으로 살해하는 행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스라엘에 가자지구에 대한 원조 제한을 해제하라고 요구했다.
공동 성명엔 이후 3개국 외무장관의 서명이 추가돼 총 28개국이 됐다. 오스트레일리아 오스트리아 벨기에 캐나다 키프로스 덴마크 에스토니아 핀란드 프랑스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일본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룩셈부르크 몰타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폴란드 포르투갈 슬로베니아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영국의 외무장관 및 EU 평등·준비와 위기 관리 위원이 성명에 참가했다. 이스라엘의 맹방인 미국과 독일은 빠졌다.
이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가자지구의 마지막 생명선이 붕괴에 다다랐다"며 "가족을 위해 식량을 구하려는 사람들에게 총격을 가하고, 이들을 살해하거나 부상을 입히는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어 "이스라엘은 유엔과 기타 인도주의적 기구들이 제공하는 구호물자의 반입을 허용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원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의 인도주의적 구호 허용도 요구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은 지난 5월부터 가자지구 내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이 참여하는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의 배급만을 허용해 왔다. 그러나 유엔 등 여러 국제기구·비정부기구가 참여했던 이전에 비해 가자로 반입되는 구호품은 크게 줄었고, 이스라엘군이 배급소 인근 치안유지를 명목으로 가자지구 주민을 향해 총을 쏘는 일까지 빈발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5월 GHF 주도 배급 실시 이후 배급을 수령하던 중 사망한 이들은 1,021명에 달한다.
가자 중부 공격에 WHO 창고에 손상도
이스라엘군 장갑차가 21일 이스라엘 모처의 가자지구 접경지역에서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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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외무장관 성명에 미국은 참여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네타냐후 총리를 보는 시선도 곱지만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온라인매체 액시오스는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진들이 네타냐후 총리를 "통제불능에 미친 사람"이라고 묘사할 정도로 백악관 분위기가 좋지 못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내 성당 폭격과 시리아 공습에 불만을 갖고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해명을 요구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이날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의 '시정'을 요구했다"며 보도 내용을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잇따른 국제사회의 비판과 동맹의 불만에도 이스라엘은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에 탱크를 포함한 1개 여단 병력을 진입시켰다. 이 지역에 이스라엘군이 들어간 것은 2022년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처음이다. 이날 공격이 이어지며 가자지구 내 세계보건기구(WHO) 직원 숙소와 창고에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 같은 외부 공세는 국내에서의 책임 회피를 위한 것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그는 2019년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돼 현재까지 재판을 받아왔지만 공판 때마다 국정 수행이나 외교 일정 등 여러 사유를 대며 출석을 미뤘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20일 네타냐후 총리가 식중독에 걸렸다면서 내각 회의에 참여하지 않고 사흘간 재택근무를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는데, 이로 인해 22일 예정됐던 법정 출석도 연기됐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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