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도부가 앞장서서 “姜 사수”
더불어민주당 김병기(오른쪽)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남강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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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4일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 직전, 문재인 정부 여가부 장관으로부터 강 후보자의 갑질 제보를 전달받고도 침묵한 것으로 22일 전해졌다. 그 제보 내용은 대통령실이 강 후보자 임명 강행 방침을 밝힌 이후 외부로 알려졌고 ‘보좌관 갑질’에 이어 ‘장관 갑질’ 논란까지 벌어졌다.
정영애 전 장관은 강 후보자 인사 청문회 전날과 당일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 등 민주당 일부 의원들에게 강 후보자의 2021년 ‘여가부 예산에 대한 갑질’을 고발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초선 국회의원이었던 강 후보자가 자기 지역구인 서울 강서구에 성폭력 피해자 지원 시설 ‘해바라기센터’ 설치를 추진했는데, 정 전 장관이 산부인과 전문의를 당장 구하기 어려워 설치를 미루겠다고 하자 강 후보자가 여가부 운영 기본 경비를 삭감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강 후보자 사무실을 찾아가 사과하고 질타를 당한 뒤에야 예산 삭감을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21년 11월 국회의 여가부 예산 심사 자료에는 강 후보자가 “여가부의 원활한 국회 관련 업무 수행 및 정책 조정을 위한 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기본 경비 30% 징벌적 삭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이 메시지를 받은 민주당 의원들은 정 전 장관에게 의미 있는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상 ‘읽씹’(읽고도 무시함)을 한 것이다. 인사 청문회에서도 관련 질문을 한 민주당 의원은 없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강 후보자 낙마는 없다는 분위기를 당 원내 지도부가 밝힌 상황에서 누구도 나서긴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 전 장관은 이런 상황을 보고 매우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지난 20일 지인들에게 다시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이것이 언론에 전달되면서 ‘장관 대상 갑질’ 의혹이 세간에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일부 의원은 이미 여러 차례 대통령실에 ‘강 후보자를 임명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임명 강행에 반대한다는 의원들의 전화가 많이 와서, 대통령에게도 전달된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 의원 167명 중 강 후보자의 자진 사퇴 또는 지명 철회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앞장서서 ‘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여당 지도부에서 강 후보자와 친분이 깊은 일부 인사가 강 후보자를 강하게 엄호하고 있다”며 “강 후보자 임명 방침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여당 지도부 의견 때문”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도 전날 CBS라디오에서 “(강 후보자 임명 강행) 결정에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친 것은 여당 지도부의 의견이었다”라고 했다.
민주당은 강 후보자의 보좌진 갑질 문제에서 강 후보자를 엄호하면서 2차 가해 논란까지 낳고 있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CBS라디오에서 “일반적인 직장 내 갑질과 보좌진·의원 간 관계에서의 갑질은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문 수석은 “보좌진과 의원은 식구 같은 개념이고, 의정 활동은 공사(公私)를 나누는 게 애매하다”며 “서로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갑질로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의원과 보좌진의 관계는 한쪽이 인사권을 갖고, 서로 간에 위계가 있다는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같다”며 “(문 수석의) 주장은 노동 감수성을 강조해온 민주당에 걸맞지 않다”고 했다. 김남희 의원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것이 우선”이라며 “문제의 핵심은 함께 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본인의 갑질 피해 폭로가 이어질까 봐 강 후보자 문제에 침묵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여권 일각에서는 “민주당 ‘강선우 사수(死守)’의 이면에는 자기의 갑질도 드러날까 두려워하는 의원의 엄호와, 동료 의원들의 연대 의식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국회 보좌진들이 모인 익명 페이스북 ‘여의도 옆 대나무 숲’에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의원을 겨냥해 “반성문을 쓰지 않으면 당신의 만행을 터뜨릴 거다. 강선우도 울고 갈 갑질들”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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