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반부패 기관을 겨냥한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한 한 여성이 푯말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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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반부패 기구의 독립성을 약화할 수 있는 법안에 서명하자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3일 AP통신과 현지 매체 키이우포스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의회는 전날 검찰총장이 국가반부패국(NABU)과 반부패특별검사실(SAPO)을 대상으로 더 많은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수사 재지정이나 사건 이관 등 검찰총장의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같은 날 저녁 해당 법안에 서명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키이우, 리비우, 드니프로, 오데사 등지에서 수천 명이 참여한 시위가 이어졌다. 전쟁 중에도 포로 송환이나 실종자 문제를 둘러싼 시위는 간간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는 전쟁 발발 이후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AP통신은 우크라이나가 두 차례의 혁명을 통해 권력을 바꾼 경험이 있는 나라로 시위는 전통적인 시민 저항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키이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 있는 이반프랑코 극장에 모인 시민들은 “NABU와 SAPO에 손대지 마라”, “정부 부패 척결”, “권력은 민중에게 있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이번 조치가 반부패 기관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젤렌스키 대통령 측근들이 수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에선 “러시아의 드론·미사일 공격보다도 더 큰 도덕적 타격”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우크라이나 활동가인 이고르 라첸코우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보다 자원이 훨씬 부족하다. 자원이 잘못 쓰이거나 도둑의 손에 들어간다면 전쟁에서 이길 가능성은 줄어든다. 모든 자원은 전쟁에 집중돼야 한다”고 했다.
이번 전쟁에서 두 다리를 잃은 참전 용사 올렉 심오로즈는 휠체어를 타고 시위에 참여해 “법과 헌법을 지키겠다고 맹세한 이들이 오히려 자신의 측근을 보호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 민주주의를 희생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최근 단행한 내각 개편에서 측근들을 요직에 기용하면서 전시 상황을 명분으로 권력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젤렌스키, 스비리덴코 총리 후보 지명···내각 개편 시동
https://www.khan.co.kr/article/202507151441001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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