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3월 12일, 미국 장애인법(ADA) 제정을 촉구하며 미 국회의사당 중앙계단을 기어오르는 8세 뇌성마비 장애인 제니퍼 킬런 채핀스(사진 가운데). amightygir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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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3월 12일, 장애인을 포함한 미국 시민 1,000여 명이 장애인법(ADA) 제정을 촉구하며 백악관에서 국회의사당까지 약 2.5km를 행진했다. 전국장애인위원회가 초안을 잡고 민주당 상원의원 톰 하킨(Tom Harkin, 아이오와)이 발의한 그 법의 골자는 1964년의 민권법이 명기한 차별 금지 범주- 인종 종교 성별 출신국가 등-에 장애를 포함시키자는 거였다. 법은 교육, 주택, 고용, 교통, 공공건물 접근권의 차별 철폐는 물론이고 고용주로 하여금 장애인 직원에게 합당한 편의를 의무적으로 제공하게 했다. 재계는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부과하는 조치라며 반발했고 보수 개신교단은 HIV 감염자 등은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이 정한 장애인에는 의학적 진단에 따라 일시적인 장애 증상을 겪는 이들도 포함됐다.
의사당에 도착한 시위대 중 장애인 60여 명은 휠체어와 클러치 등 이동 보조장비를 밀쳐둔 채 83개 의사당 중앙계단을 기어올랐다. 당시 만 8세 선천성 뇌성마비 장애 소녀 제니퍼 킬런 채핀스(Jennifer Keelan-Chaffins)도 거기 있었다. 6세 무렵부터 장애인 권익운동에 동참해온 킬런 채핀스는 자칫 동정의 대상이 될까 우려한 어른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그 대열에 동참했다. 다음날 그들은 하원의장 면담을 요구하며 의사당 원형홀에서 농성했고, 킬런 채핀스의 어머니 등 104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체포-연행 과정의 불상사를 우려, 킬런 채핀스와 그의 여동생은 현장에 없었다.
법안은 7월 12일 하원 만장일치로, 상원에서도 76대 6의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했다. 당시 상원은 민주당(55석)이 많았지만 하원은 공화당이 179석(민주 152)으로 다수당이었다.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7월 26일 미국 역사상 가장 포괄적인 장애인 권리 보장법안인 미국 장애인법에 서명했고, 그 법 때문에 망했다는 기업은 알려진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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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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