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늘었지만 대면결제 필요
가게배달 몰리면서 지연·불편
플랫폼 배달앱 수수료 ‘그대로’
“쿠폰 적용 제한, 플랫폼만 이득”
서울 중구의 샌드위치 가게 사장 황모씨(39)는 3일 “소비쿠폰이 본격 지급된 이후부터 배달이 지연될 수 있다는 (배달 대행업체의) 공지를 자주 받는다”고 했다. 많은 자영업자는 소비쿠폰을 쓰려는 고객을 잡기 위해 플랫폼 소속 배달원이 아닌 대행업체를 직접 불러 배달을 시켜야 한다. ‘배달 플랫폼 자체배달’이 아닌 이른바 ‘가게배달’이다. 하지만 대행업체에 주문이 몰리다 보니 가게배달 지연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배달앱 등 온라인 전자상거래에선 소비쿠폰 사용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가게별로 대면 결제를 하면 사용할 수 있다.
배달의민족 등 대형 배달 플랫폼 앱에는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만나서결제’ 칸이 마련돼 있다. 소비자가 배달앱으로 소비쿠폰을 쓰려면 해당 가게가 직접 부른 가게배달 배달원을 직접 만나 결제해야 하는 식이다. 배달의민족 등은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수수료를 얻게 된다.
자영업자들로선 소비쿠폰 사용이 시작된 뒤 주문은 늘었지만 가게배달 이용으로 배달 지연·환불·악성 리뷰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크다. 한 온라인 소상공인 커뮤니티에는 “소비쿠폰 결제 때문에 가게배달이 몰리는데, 배차까지 기본 40~50분은 걸린다”며 “손님의 항의 전화에 응대하다 매장은 엉망이 되고, 악플까지 달리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자영업자는 “소비쿠폰이 자영업자를 살리는 게 아니라 플랫폼 업체만 이득 보는 꼴”이라고 했다.
대부분 배달원들이 플랫폼과 계약을 맺고 자체배달로 일하고 있어 일반 대행업체에는 인력이 부족한 점도 가게배달을 더 어렵게 한다. 황씨는 “며칠 전에도 오후 1시에 주문이 들어왔는데 실제 배차는 2시가 넘어서 됐다. 폭염으로 할증까지 붙고, 손님은 기다리다 환불을 요청했다”고 했다.
가게배달로 주문해도 배달앱에서 가져가는 중개수수료는 6.8%로 자체배달(7.8%)과 큰 차이가 없는 것도 불합리한 점이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소비자들은 배달앱으로 소비쿠폰을 쓰기 위해 가게배달을 신청해 주문하지만 자체배달보다 더 비싼 배달비를 감당해야 해 불만이다. 실제로 기자가 이날 배달의민족 앱으로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한 가게들을 검색해본 결과, 가게배달 배달료는 자체배달보다 1900~9600원 더 비쌌다. SNS에는 “소비쿠폰으로 가게배달 했더니 배달비만 6400원” “배달비 너무 나와서 그냥 포장해야겠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김준형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사장협회 공동의장은 “배달의민족의 경우 가게배달을 사용했을 때 할인쿠폰 등을 적용받지 못하도록 제한해 배달비가 높게 책정되는 것인데 일반 소비자들은 마치 소상공인들이 악덕해서 배달비를 높게 받는다고 오해한다”며 “배달 시장을 왜곡한 배달앱을 통제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혜림·백민정 기자 sa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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