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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韓서 도자기로 만든 아네모네꽃, 이스라엘에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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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희생자들 추모 위한

‘도자기 꽃 전시’ 홀론서 열려

19일 이스라엘 중부 홀론의 이스라엘-한국 공원에서 연설하는 셰이 케이난 홀론 시장 뒤로 붉은 도자기로 만든 아네모네꽃 108송이가 설치돼 있다. 지난해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과 시민들이 함께 만든 이 꽃에는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인질들에 대한 추모와 연대의 뜻이 담겨 있다./김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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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네모네꽃들은 한국과 이스라엘의 끊어지지 않는 유대를 상징합니다. 어려운 시기에 한국 국민이 보여준 연대를 기억하겠습니다.”

19일 오후 이스라엘 중부 도시 홀론의 이스라엘·한국 공원. 2004년 경북 안동시와의 자매 결연을 기념해 조성된 이 공원에는 붉은 아네모네꽃 108송이가 심어져 있었다. 폈다가 지는 생화가 아닌, 도자기로 만들어져 영원히 피어 있는 꽃이었다.

이 도자기 꽃은 지난해 7월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아키바 토르 당시 대사를 비롯한 직원들과 한국 시민들이 만들었다.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 단체 하마스에 납치돼 살해된 이스라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 꽃이 8개월이 지나 이스라엘 땅에 도착한 것이다.

붉은 아네모네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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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리어로 ‘칼라니요트’라고 부르는 아네모네는 이스라엘의 국화(國花)다. 봄철이면 이스라엘 전역에 피어나는 친숙한 꽃으로 지난 2013년 실시한 투표에서 국화로 선정됐다. 특히 가자지구와 인접한 남부에선 매년 ‘아네모네 축제’가 열릴 정도로 이 꽃이 만개하기에 하마스의 공격 이후엔 이스라엘 국민에게 더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됐다.

도자기 꽃 제작을 기획한 토르 전 대사의 배우자 나오미 토르 박사는 이날 행사에서 “희생자들의 피로 얼룩진 민가 옆에 붉은 꽃들이 만개한 모습을 직접 봤다”며 “이스라엘의 상징인 붉은 꽃이 희생자들의 피에 젖은 땅에 피어난 끔찍한 대비에서 영감을 받아 도자기 꽃을 만들게 됐다”고 했다. 셰이 케이난 홀론 시장은 “아네모네는 살해당한 희생자들과 그들이 흘린 피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꽃이 피듯 삶 역시 계속된다는 사실을 말해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홀론은 10월 7일 공격 당시 사망한 민간인 1200여 명 중 28명과 전사한 군인 14명이 나고 자란 곳이다. 케이난 시장은 “오늘 행사는 희생된 아들과 딸들에 대한 추모와 더불어 우리가 1년 넘게 유가족과 연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라고 했다.

김진한 주이스라엘 한국 대사는 “한국 도자기로 만든 붉은 아네모네에는 이스라엘의 고통을 나누고 평화를 염원하는 한국 국민의 마음이 담겨 있다”며 “한국에서 보내온 아네모네가 유가족들의 마음에 작은 위안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행사에 참석한 유가족과 시민들은 “한국 국민이 우리가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주기 바란다”고 했다. 드론 부대 지휘관으로 복무하던 아들 브네이를 잃은 아브라함 사바(61)씨는 “아직 가자지구에 남아있는 인질들이 모두 돌아오리라는 희망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마스에 아들 요하이를 잃은 이츠하크 아줄라이(57)·지바 아줄라이(57) 부부는 “아름답고 특별한 행사로 아들을 비롯한 희생자들을 추모해준 한국 국민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현재 가자지구에는 이스라엘 인질 59명이 억류돼 있다. 그중에는 홀론 출신 바르 쿠퍼스타인(22)도 있다. 쿠퍼스타인은 전쟁 발발 당시 가자지구 인근에서 열린 음악 축제의 보안 직원으로 일하던 중 하마스에 납치됐다.

전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재개하면서 지난 1월부터 두 달간 이어져온 휴전은 사실상 파기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TV 연설에서 “우리는 다시 싸움에 돌입했다”며 “하마스가 더 많은 인질을 석방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고 했다.

인질 가족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인질 가족 포럼’은 성명을 내고 “우리가 가장 두려워했던 일이 벌어졌다”며 “이스라엘 정부는 남은 인질들을 포기하기로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가족은 가자지구 국경을 찾아 공습 중단과 휴전 이행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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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론=김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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