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익스피어 4대 비극 맥베스
윤석열 정부 탄생·행보 비춰봐야
반복되는 역사속 교훈 찾아야
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며 윤석열과 맥베스(Macbeth)의 운명이 닮았다는 이야기가 종종 언론에 등장했다. 기사를 검색해 보니 10개쯤 되는듯하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는 유명하지만 제대로 읽은 사람이 별로 없는 작품 리스트에 있을 것이다. 이 분야 1등은 밀턴의 '낙원 상실'일 텐데, 영문학을 전공한 나도 정독한 적 없다. 다행히 맥베스는 여러 번 정독했고 원어 연극에 배우로 참여한 경험도 있으니 이야기해 볼까 한다.
맥베스는 햄릿, 오셀로, 리어왕과 함께 셰익스피어 4대 비극으로 꼽힌다. 스코틀랜드의 왕 막 베하드(Mac Behath)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는데 실제 역사와는 여러모로 다르다는 것을 알고 줄거리를 보자. 아, 스코틀랜드 사투리처럼 경상도 사투리를 써보았다.
용맹한 장군 맥베스는 광야에서 마녀들을 만나 왕이 될 거라는 예언을 듣게 된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아내 레이디 맥베스는 망설이던 남편을 부추겨 왕을 살해하고 반역을 일으켜 왕위를 찬탈하게 만든다. 그러나 막상 왕이 되자 불길한 일들이 벌어지고 맥베스는 다시 광야의 마녀들을 찾아가 세 가지 예언을 추가로 듣는다.
파이프의 영주 맥더프를 경계하라. 버넘 숲이 궁을 향해 다가오지 않는 한 맥베스는 패배하지 않으리. 여자가 낳은 자는 맥베스를 해치지 못한다.
이후 맥베스는 맥더프 일가를 몰살하는데, 잉글랜드에 있던 맥더프는 화를 면한다. 첫 번째 예언부터 막지 못한 것. 불안해하면서도 맥베스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두 가지 예언을 믿고 안심하려 한다. 하지만 그를 처단하려는 연합군이 버넘 숲의 나뭇가지를 꺾어 위장한 채 숲이 움직이는 모습으로 다가오면서 또 하나의 예언이 실현된다. 마침내 칼을 들고 나타난 맥더프에게 맥베스는 마지막 예언을 전한다.
“니 안 될 낀데? 여자한테서 태어난 아는 나를 몬 자빠뜨린다카이.”
그러자 맥더프가 대답한다. “문디 모라카노? 나는 어무이가 나를 낳기 전에 어무이 배를 가르고 나왔다!”
그렇게 제왕절개로 태어난 맥더프에게 맥베스가 최후를 맞는다는 이야기. 줄거리가 윤석열 정부의 탄생과 몰락과 흡사하다. 등장인물도 겹친다. 남편을 부추기고 조종하는 레이디 맥베스는 김건희와 비슷하고 광야의 마녀들은 대통령 부부 주변 무속인들과 똑같다. 다만, 끝까지 변명으로만 일관한 윤석열을 맥베스에 비교하면 실례다. 적어도 맥베스는 참회의 독백 하나는 끝내주게 남겼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원서를 꺼내 번역해 보았다.
누군가의 최후 진술로 이만한 독백이 또 있을까? 권력욕에 사로잡혀 칼춤을 추다가 결국 자기 목이 날아가고 말았던 사람은 맥베스만이 아니다. 역사 속 수많은 인물이 정도를 걷지 못한 권력의 최후를 보여주었으나 어리석은 자들은 자꾸 교훈을 잊는다. 2025년 봄, 또 하나의 사례가 추가될 것인가?
이재익 SBS 라디오 PD·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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