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석희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크론병 치료 안 듣는 ‘유전성 장염’ 진단 플랫폼 구축
외래에서 복부초음파 활용해 실시간 장 내 상태 점검
IL10RA·XIAP 결핍증 신약 세계 첫 개발해 특허 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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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밥 먹는 시간이 오히려 두려웠어요. 아이가 몇 숟갈 먹고는 금세 열이 오르고 설사를 하니 외식은 엄두도 내질 못했죠. 제대로 먹지도 못하던 아이와 종종 가족 외식을 갈 때면 지금도 꿈만 같아요. ”
8일 서울아산병원 신관 1층에 위치한 어린이병원에서 만난 서경(5·가명) 양의 엄마는 "외래에서 곧장 초음파로 아이의 장 상태를 확인해 주시니 ‘갑자기 입원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사라졌다"며 웃어 보였다.
서경이는 첫 돌 무렵부터 원인 모를 장염 증상이 반복됐다. 크론병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들었지만 약을 써도 좀처럼 나아지질 않았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기관 전체에 걸쳐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궤양성 대장염과 달리 염증이 장의 모든 층을 침범하고 병변이 연속성 없이 드문드문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서경이는 2022년 초 서울아산병원 소아염증성장질환 클리닉에서 오석희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만나고서야 정확한 병명을 알았다. 체내 염증 조절을 담당하는 ‘인터루킨-10 수용체 알파(IL-10RA)’ 결핍에 따른 유전성 장염이었던 것. 현재까지 국내에서 진단된 환자가 20명 남짓일 정도로 희귀한 유형이다. 오 교수와 만나 집중적인 치료를 받은 지 4년만에 염증으로 뒤덮였던 장과 항문 주변이 깨끗해지고 키, 몸무게도 또래 평균치에 가까워졌다.
◇소아 염증성 장질환 클리닉, 국내 유일 ‘유전성 장염’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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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은 1993년 국내 최초로 성인 궤양성 대장염 및 크론병 클리닉을 개설한 이래 염증성 장질환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소아청소년 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 크론병 환자의 체중증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엘리멘탈 다이어트(Elemental diet·완전성분 영양식이)'를 도입했고 2012년부터 염증성 장질환센터를 설립해 다학제 협진 체계를 가동 중이다. 소아청소년 환자 비중이 급증하며 조기 진단 및 집중적인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자 2015년 소아 염증성 장질환 클리닉을 열었다.
매년 40~60명이 새롭게 진단을 받으면서 지난 20여년 간 서울아산병원을 거쳐간 소아청소년 환자는 2000명에 달한다. 치료 난이도가 높은 환자들이 몰리다 보니 가슴아픈 일도 벌어졌다. 유전성 장염에 대한 진단법이 정립조차 되지 않았던 시절, 제대로 손쓰지도 못한 채 10명에 가까운 환자를 떠나보내야 했던 것. 오 교수는 “사망률이 높은 간이식 사례를 수없이 마주하면서도 환자를 잃어본 적이 없었다”며 “크론병이 급속도로 진행돼 소장, 대장이 터지고 패혈증을 초래해 사망하는 케이스를 보면서 충격이 컸다”고 털어놨다. 10년 전 국내 유일의 유전성 장염 진단 플랫폼을 구축한 이유다. 오 교수는 “유전성 장염은 나이가 어린 영유아 시기에 주로 발견되는데 일반적인 크론병 치료에 전혀 반응하지 않고 전유전체 검사 결과만으로 확진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며 “실험실 수준의 면역검사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난 뒤 최종 확진을 검사 시스템을 운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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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크론병, 합병증 위험 높아···키 성장도 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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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교수는 "염증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고 체내 축적되면 영구적으로 키 성장이 저해될 수도 있다"며 "완치가 어려운 만성 질환인 만큼 정밀한 질병 활성도 평가와 맞춤 치료 전략을 통해 아이들의 삶의 질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증상을 개선시키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임상적 관해, 내시경적 점막 관해, 장벽 전층 관해의 3가지 목표에 도달하는 게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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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시경 대신 초음파로 장 내 상태 수시 평가···염증성 장질환 밀착 관리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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