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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이슈 세계 속의 북한

    BBC “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 하루 20시간 노예같이 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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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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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노동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노예 같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고 BBC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는 이들이 북한 국가보위성 요원들의 감시 아래 밤낮으로 일하고 구타를 당하기도 하는 등 가혹한 노동환경에서 착취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BBC는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러시아에서 탈출한 북한 노동자 6명과 정부 관리, 연구자 등을 인터뷰해 이같이 보도했다.

    북한 노동자 A씨는 러시아에 도착하자마자 북한 보안 요원의 안내로 고층 아파트를 짓는 일에 투입돼 하루 18시간 이상 일했다. 보안 요원은 그에게 “바깥세상은 우리의 적”이라며 아무와도 이야기하지 말고 아무것도 보지 말라고 지시했다. 다른 노동자도 오전 6시에 일어나 다음날 오전 2시까지 고층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했다.

    북한 노동자 B씨는 “같은 하루를 반복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아침에 깨어나는 게 너무 무서웠다”며 전날 노동 탓에 아침이면 손이 마비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C씨는 “어떤 사람은 낮에 자리를 비우고 잠을 자거나 서서 잠이 들곤 했는데 관리자들은 그들을 찾아내서 때렸다”고 말했다. D씨는 일하던 도중 4m 높이에서 추락해 얼굴을 심하게 다쳤지만 건설 현장을 떠나는 게 허락되지 않아 병원에 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자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러시아를 여러 차례 방문한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북한 노동자들은 매우 위험한 상황에 노출된다. 밤에는 조명 없이 어둠 속에서 작업하며 안전 장비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주거 환경도 열악했다. 북한 노동자들은 벌레가 들끓는 더럽고 비좁은 컨테이너에서 잠을 자거나 미완성 아파트 건물 바닥에서 잠을 청했다. 하지만 이들이 받는 보수 대부분은 ‘충성비’ 명목으로 북한 정부에 바로 송금됐다. 러시아는 이를 제외하고 지급하는 월 100~200달러(약 14만~28만원) 수준의 개인 급여도 도주를 막기 위해 귀국 시 한꺼번에 줬다.

    B씨는 “중앙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은 우리가 하는 일의 3분의 1을 하고 임금을 5배 받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부끄러웠다”고 토로했다. A씨는 “다른 나라 출신 노동자들이 우리를 ‘노예’라고 불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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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6월19일 북한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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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주민 1만3000명 이상이 러시아에 입국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12배 증가한 수치다. BBC는 한국 정보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지난해 1만명 이상의 북한 노동자가 러시아에 파견됐으며 올해 더 많은 노동자가 러시아에 입국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올해 5만명이 파견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BBC는 북한 노동자 해외 파견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수만명의 북한 노동자가 러시아에서 일하며 외화벌이를 했지만 유엔이 북한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제재에 나서면서 2019년 대부분의 북한 노동자가 본국으로 송환됐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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