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경축사를 마치고 자리로 향할 때 ‘조국·윤미향 사면 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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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열린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이재명 대통령의 경축사가 시작되자 내빈석에 앉아있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양손에 ‘조국·윤미향 사면 반대’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침묵 시위를 시작했다. 기습적인 시위에 행사 관계자로 보이는 인사가 자제를 부탁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안 의원은 멈추지 않았다. 전 정부에서처럼 대통령 경호처의 물리적 제지는 없었다. 이 대통령이 경축사를 마치고 연단을 내려와 안 의원 앞을 지나갈 때까지 시위는 멈추지 않았다. 굳은 표정의 이 대통령은 안 의원 쪽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지나간 뒤에야 안 의원은 펼침막을 접고 자리에 앉았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로 나선 안 의원의 ‘선거 정치쇼’라고 비판했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안철수 의원은 광복절 경축식을 당대표 선거 홍보용으로 이용하는 정치적 쇼를 벌였다. 정치적 야욕을 위해 독립영웅과 시대정신을 되새기는 자리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멈추지 않았다. 16일 페이스북에 “민주당 논평에 답한다”며 ‘정의봉’이라고 적힌 나무 몽둥이 사진을 올렸다. 박기서(2025년 사망)씨는 백범 김구 선생 암살범 안두희를 1996년 죽일 때 사용했던 둔기에 ‘정의봉’이라고 적었다. 안 의원은 “이재명의 매국사면 옹호하는 앞잡이들에겐 정의봉이 약”이라고 썼다.
안 의원의 이런 행보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강철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문수·장동혁 등 8·22 전당대회에서 우위를 보이는 반탄파(윤석열 탄핵 반대파) 후보들이 대여 투쟁력을 내세우며 막판 표심 굳히기에 나선 상황에서, 찬탄파(윤석열 탄핵 찬성파)인 안 의원 역시 강성 지지층을 향한 ‘전략적 구애’에 나섰다는 것이다. 김문수 후보는 중앙당사에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당사 압수수색을 막겠다며 숙식농성을 닷새째 이어가고 있고, 장동혁 후보는 전날 특검 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당내에선 안 의원의 선거 전략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남지역 한 의원은 17일 통화에서 “안철수 후보가 전당대회에서 반탄파를 정말 이기고 싶다면 조경태 후보와의 단일화가 시급한데 그 얘기는 일절 없다. 뜬금없는 강철수 이미지 구축으로는 당원들의 마음을 사기 어렵지 않겠나”라고 했다. 안 의원의 기습 시위 10시간 전인 15일 0시에 이미 사면·복권 효력이 발동된 상황에서 ‘사면 반대’라는 메시지 역시 다소 생뚱맞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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