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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희미해지는 휴전 협상에…러시아 ‘에너지 시설’ 집중 공격하는 우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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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 공장·원전 등 10여곳 타격…러 연간 생산 능력 10% 이상

    전투 동력 약화하고 외화 유입 감소시켜…푸틴 여론 악영향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소와 가스단지 등 에너지 인프라를 집중 타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정상회담 기대가 낮아진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계속되는 러시아의 공세에 맞서 전투 동력을 약화시키려는 전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가 최근 며칠 동안 러시아의 에너지 인프라 10곳을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인 지난 24일 레닌그라드 우스트-루가 지역에서 최소 10여대의 드론을 격추했으나, 이 과정에서 에너지 대기업 노바텍이 운영하는 연료 수출 터미널과 생산단지에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까운 쿠르스크 원자력발전소에서도 드론 공격으로 불이 났다.

    러시아 남부 최대 정유시설인 볼고그라드의 류코일 정유소, 러 국영기업 로스네프트가 운영하는 리야잔 지역의 정유공장 등도 이달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받아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CNN은 이달 공격을 받은 에너지 시설 10여곳의 연간 연료 생산량은 4400만t으로 러시아 생산 능력의 10% 이상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표적 공격은 러시아의 전쟁 자원을 감소시키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현지 언론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레닌그라드 에너지 시설 공격 배후가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라고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SBU 관계자는 “드론 공격은 러시아가 전쟁 수행에 필요한 외화 유입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HUR)은 자국군이 “러시아 점령군의 전투 능력을 약화하고, 특히 연료와 유류 보급 측면에서 병참 능력을 불안정화하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 공격을 중단하도록 강제하는 조치를 체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측 가스·전력 시설을 집중 공격한 데 대한 보복 성격도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적군이 우리의 에너지 인프라를 공격해 우리에게서 빛과 열을 빼앗으려 한다면, 그들의 석유 정제 시설 역시 불타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타격’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 내부 여론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전쟁 장기화와 서방의 제재로 재정 지출, 물가 상승이 심각한 상황에서 고유가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유로뉴스는 휘발유 공급 차질로 일부 지역 주유소 앞에 긴 줄이 늘어서고, 에너지 쿠폰제가 도입돼 기관·기업에만 휘발유가 판매되는 사례도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종전 협상은 좀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주 후반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부 고위급 회동에서 러시아와의 직접 협상 가능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25일 밝혔다. 그는 그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통한 종전 협상을 제안해왔지만, 푸틴 대통령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러·우크라이나 정상회담 성사를 낙관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기대감을 거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러·우 정상이) 실제로 만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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