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기업들만 규제서 면제”
온플법 추진 한국도 관세 사정권
세부논의, 한미정상회담 후 미뤄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디지털 세금, 디지털 서비스 법 제정, 디지털 시장 규제는 전부 미국 기술에 피해를 주거나 차별하기 위해 설계됐다”면서 “이런 것들은 또 터무니없게도 중국의 가장 큰 기술 기업들을 완전히 (규제에서) 면제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차별적인 조치들을 제거하지 않으면 미국 대통령으로서 그 국가의 대미 수출품에 상당한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우리가 엄격히 보호하는 기술과 반도체의 수출에 대한 제한을 도입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국가를 지목하진 않았으나 당장은 유럽연합(EU)과 영국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EU는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등 미국 빅테크를 대상으로 디지털시장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시행 중이며, 영국도 검색엔진·온라인마켓·소셜미디어 등의 매출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온플법을 추진 중인 한국도 사정권에 놓였다. 온플법은 거대 플랫폼의 독과점 행위를 규제하는 ‘독점규제법’과 입점업체의 거래 구조를 개선하는 ‘거래공정화법’으로 나뉜다. 이 중 미국이 특히 문제 삼는 것은 DMA와 유사한 독점규제법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온플법을 비롯해 망 사용료 부과, 정밀지도 국외 반출 제한, 클라우드 보안인증제도(CSAP) 등을 디지털 장벽으로 지목해왔다.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도 지난달 우리 공정거래위원회에 “온플법이 미국 기업을 부당하게 표적화할 수 있다”는 서한을 보냈으며,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는 한미 정상회담 직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정부·여당은 통상 마찰을 피하기 위해 온플법을 ‘독점규제법’과 ‘거래공정화법’으로 나눠 추진하려 했지만, 이 마저도 한미 정상회담 이후로 논의를 미뤘다. 회담에서 이 사안이 공식 의제로 오르지는 않았으나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디지털 규제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천명하면서 입법 시점은 한층 불투명해졌다. 이에 따라 9월 정기국회에서도 법안 심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연내 입법은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다른 나라들은 기존에 있던 규제인 반면, 한국은 없던 규제를 만든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다”면서 “시기상으로 볼 때 대외적으로 안 좋은 시기이며 속도조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도 사안의 민감성을 인식하고 있다. 당분간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필요한 소통을 지속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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