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때만 해도 우려 시선 받던 필리조선소
관세 협상서 적극 활용...마스가 설득력 높여
김동관, 줄곧 약속했던 현대화 대규모 투자
필리조선소 투자 실행으로 경영 능력 시험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26일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한화필리십야드)에서 열린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필라델피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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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미국 조선산업의 든든한 파트너가 될 것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관 부회장은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한화필리십야드)에서 열린 '스테이트 오브 메인(State of Maine)'호 명명식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미국 측 주요 인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렇게 약속했다. 김 부회장은 이어 "미국 내 파트너들과 함께 새로운 투자와 기회를 창출하고 미국 조선 산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데 중추적 역할을 다 하겠다"고도 했다.
한화그룹은 이날 필리조선소 현대화에 50억 달러(약 7조 원) 규모의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조선소를 사들일 때 썼던 1억 달러(약 1,380억 달러)의 50배에 달하는 투자로 필리조선소를 완전히 새로운 조선소로 탈바꿈하겠다는 한화그룹의 의지가 담겼다. 특히 투자 재원은 '조선산업 협력 투자펀드'를 활용해 이번 투자 발표는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낡은 조선소 사서 어떻게?" 우려 날린 김 부회장
이재명 대통령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이 26일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한화필리십야드)에서 열린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에서 참석자들과 박수를 치고 있다. 필라델피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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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조선소는 김 부회장에겐 의미가 크다. 지난해 인수 때만 해도 조선업계에서는 "낡은 조선소를 고쳐쓰는 데만 비용이 꽤 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려는 우리 정부와 미국이 관세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기대로 바뀌었다. 우리 정부가 관세 인하의 반대 급부로 마스가 프로젝트를 띄웠고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그룹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김 부회장은 7월 이 대통령과 한 차례 독대한 뒤 미국으로 향해 정부 협상단에 합류했다. 미국 측에서 마스가 프로젝트가 실행될 수 있는지 끈질기게 물어오자 한국 조선업을 대표하는 기업인인 김 부회장이 나서 향후 계획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에서 미국 측은 한화그룹이 필리조선소를 중심으로 투자 의지를 보인 점을 의미 있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마치고 필리조선소 명명식에 참석하고 김 부회장이 투자 계획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필리조선소 현대화 7조 원 투입...경영 능력 시험대
한화 필리조선소 투자 계획. 그래픽=신동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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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회장은 그래서 이번 투자 계획에 줄곧 약속했던 미국 조선소의 현대화 방안을 담았다. 일단 독 2개와 안벽 3개를 추가 확보한다. 39만6,600㎡(약 12만 평) 규모의 블록 생산기지도 신설한다.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선박 건조 능력을 연간 1~1.5척에서 20척으로 키운다. 한화오션이 보유한 자동화 설비, 스마트 야드, 안전 시스템 등도 들여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필리조선소에서 만들 준비도 하고 있다. 여기에 함정 블록 및 모듈 공급, 나아가 함정 건조도 추진한다.
투자 규모는 50억 원이고 그 재원은 상호 관세 협상이 타결될 때 지렛대 역할을 한 조선산업 협력 투자펀드(1,500억 달러 규모)에서 활용한다. 한화해운에서 '대규모 발주(유조선 10척, LNG선 1척)'도 진행됐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마스가 프로젝트 관련 펀드를 활용하는 첫 사례"라며 "미국 현지 건조를 바탕으로 동맹국의 글로벌 에너지 물류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투자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김 부회장의 경영 능력과 리더십이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재계 관계자는 "관세협상, 한미정상회담 과정에서 김 부회장이 보여준 행보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면서 "다만 김 부회장이 지금까지 밝힌 계획을 제대로 실행해 한미 조선업이 '윈윈'하는 결과로 이끌어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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