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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중대재해법 시행 후

    국회 입법조사처 “중대재해법 3년, 사망자수 그대로…처벌은 솜방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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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이관후 국회 입법조사처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입법영향분석 보고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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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3년차를 맞았지만, 산업재해 예방에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늑장 수사와 솜방망이 처벌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내놓은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 법률의 입법영향 분석’ 보고서를 보면, 법 시행 후 산업재해로 죽거나 다친 사람이 법 시행 전보다 유의미하게 감소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처는 중처법이 시행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의 산업재해현황을 법 시행 전인 2018∼2021년과 비교 분석했다. 일하다가 사고로 사망한 사람 수는 2018년 2142명에서 지난해 2098명으로 소폭 줄었으나, 이 같은 변화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사망사고만인율은 같은 기간 1만명당 51명에서 1만명당 39명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다만, 보고서는 “법 시행 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해 온 경향을 고려하면 중처법만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일하다가 다친 사람을 포괄하는 사고재해자수는 2018년 9만832명에서 지난해 11만5773명으로 되레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이같은 경향은 사업장 규모와도 무관하게 나타났다. 즉, 중처법 시행 이후 산재 사망자가 유의미하게 줄었다는 증거는 부족한 반면, 사고로 다친 사람은 되레 늘었다.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의무를 강화해 산업재해를 예방하겠다는 입법 취지가 실현되고 있지 못한 셈이다.



    보고서는 그 원인으로 수사 지연과 솜방망이 처벌을 꼽는다. 조사처가 법이 시행된 2022년 1월27일부터 지난 7월24일까지 3년 6개월간 발생한 중처법 위반 사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고용노동부가 수사에 착수한 사건 1252건 중 아직까지 수사 단계에 머물고 있는 사건이 73%(917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1차 수사 기관인 노동부의 사건 적체율(수사중 사건 비율)이 63%로 검찰(46%)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의 늑장 수사도 심각한 수준이다. 노동부가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276건 중 검찰이 6개월을 넘겨 처리한 사건은 57%로, 일반적인 형사사건(1.5%) 대비 이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어렵사리 기소돼 재판으로 넘겨진 사건은 대부분 집행유예로 귀결됐다. 이 기간 이뤄진 1심 판결은 모두 53건인데, 무죄 판결을 받은 4건을 제외한 49건 중 42건(85.7%)의 사건에서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이는 일반 형사공판 집행유예율(36.5%)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이다. 양형 자체도 징역형의 경우 평균 1년1개월로, 법이 정한 하한선(1년 이상)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며, 법인에 부과된 벌금도 평균 1억1140만원에 그쳤다. 그마저도 20억원의 벌금을 부과한 이례적인 1건을 제외한 평균 벌금액은 7280만원에 그쳤다. 보고서는 “중처법에 따라 기업에 부과된 벌금은 영국의 기업살인법에 따라 부과된 벌금액 평균의 10분의 1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동영 입법조사관은 “중처법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조치 관련 규정을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개정하는 한편 양형기준을 마련해 법 집행의 실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또 수사 지연을 해소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근로감독관의 전문성 제고와 증원, 위험성평가의 충실도에 따른 산재보험료율 차등 부과, 반복적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매출액 또는 이익·재산과 연동한 고액 벌금 부과 방안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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