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권도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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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수사 개시 58일 만인 지난 29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했다. 17쪽에 걸친 공소장에서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자본시장법 위반), 명태균 게이트 관련 공천개입(정치자금법 위반), 통일교·건진법사 관련 명품 수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세 가지 사건에서 드러난 김 여사의 혐의를 자세히 적었다.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명품 목걸이·시계 등 뇌물 수수와 청탁 의혹 등은 일단 제외했다. 특검법에 명시된 16가지 수사대상 중 물증과 정황증거가 가장 두드러진 사건부터 기소하면서 2차, 3차 기소를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남은 의혹 사건들을 잇따라 기소하는 방식을 통해 계속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김 여사를 압박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각 혐의를 무르익게 만든 결정적 장면들
특검이 첫 기소 대상에 세 가지 사건만 먼저 올린 데에는 이 사건들에서 모두 결정적인 장면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른바 ‘스모킹 건’(결정적 단서)이 나오면서 그동안 제대로 된 수사를 받지 않았던 김 여사의 혐의를 잡아낸 것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나온 김 여사와 증권사 직원과의 수백여개 통화 녹취록이 대표적이다. 2009년부터 3년간 진행된 이 녹취록에는 ‘계좌 관리자(블랙펄인베스트) 측에 40%에 이르는 고율의 수익금을 줘야 한다’ 등 김 여사의 발언들이 담겼다. 특검은 이를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지한 정황 증거로 봤다. 이는 앞서 검찰의 ‘김 여사 무혐의 결론’을 정면으로 뒤집을 수 있는 물증이 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1차 작전 시기 주포자로부터 손실보전금 명목으로 4700만원 외에 2000만원의 수표를 받은 정황도 확인했다. 인터넷주소(IP) 내역 등도 확보해 김 여사가 이 사건에서 “단순한 전주가 아니라 충분히 공모관계에 있었다”고도 밝혔다. 공소장에는 김 여사가 이 주가조작으로 얻은 부당이득이 8억1000여만원이라고 적시됐다.
명태균 게이트 사건에선 김 여사가 명씨로부터 ‘보안유지’를 당부받으며 ‘무상 여론조사’를 주고받은 메신저와 통화내역 등이 핵심 증거가 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주거지를 직접 찾아 2022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단수 공천받도록 부탁한 사실도 확인했다. 특검은 이 증거들을 근거로 “2021년 6월26일부터 2022년 3월2일까지 받은 무상 여론조사가 58차례(공표용 36차례 포함)이고, 그 경제적 가치는 2억7000여만원”이라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특검은 이 사건에서 김 여사와 윤 전 대통령을 공범관계로 봤다. 다만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선 추가 조사가 필요해 이번엔 기소하지 않았다.
통일교·건진법사 관련 명품 수수 사건에선 선물 실물은 확보하지 못했지만, 객관적인 전달 흐름고리를 찾아냈다.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가 김 여사에게 전달한 청탁용 선물 구매 영수증, 윤씨와 건진법사 전성배씨간 나눈 문자메시지 중 “여사님이 좋아하신다” 등 선물 전달 정황으로 볼 수 있는 내용, 김 여사가 윤씨와 직접 통화하며 전달받은 선물을 언급하며 “건강이 좋아졌다”고 말한 내역, 선물 매개자인 전씨 측의 김 여사 주거지 출차기록 등이 결정적 증거가 됐다. 특검은 공소장에 “김 여사가 전씨와 공모해 통일교 측으로부터 6220만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 1개, 802만원·1271만원의 샤넬가방 2개, 천수삼 농축차(인삼차) 2개를 받았다”고 적었다.
향후 특검이 주목하고 풀어야 할 사건은?
특검은 이제 수사 2라운드에 접어들게 됐다. 당장 ‘명품 목걸이·시계’ 등 금품 청탁 사건이 제1사건으로 꼽힌다. 김 여사 구속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의 자수서와 관련해선 당사자들의 소환 조사가 예상된다. 김 여사는 이 회장으로부터 그의 맏사위인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인사청탁과 함께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등 총 1억원대 명품 장신구 수수 의혹,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으로부터 인사청탁과 함께 금거북이 수수 의혹 등이 제기돼 이른바 ‘매관매직’ 수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김 여사 일가가 연루된 경기 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김 여사의 영향력을 활용해 대기업 투자를 받았다는 ‘집사게이트 사건’ 등도 규명 대상이다. 이 밖에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코바나콘텐츠 뇌물성 협찬 의혹,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등도 있다.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김 여사가 자신의 지위와 위력을 토대로 청탁을 받거나 이득을 챙기려 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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