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4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거리에서 경호원이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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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이란의 ‘12일 전쟁’ 당시 이란 측 고위 인사의 경호원이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극비 정보가 이스라엘에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비롯한 회의 참석자들은 휴대폰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보안 수칙을 따랐지만, 주요 인물이 아니라고 여겨졌던 경호원들이 보안의 복병이 됐다는 것이다.

31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쟁 나흘째인 지난 6월 16일 수도 테헤란 서부의 한 지하 30m 벙커에서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회의가 열렸다. 당시 이스라엘의 선제 공격으로 이란 군 최고 지휘관과 핵 과학자 등이 암살당한 뒤였기 때문에 엄격한 보안이 요구됐다.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 골람호세인 모흐세니에제이 사법부 장관 등 참석자 대부분이 휴대폰을 소지하지 않고 회의 장소에 도착했다.

그러나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이스라엘 공군이 벙커 꼭대기를 공습하면서 장내는 아수라장이 됐다. 회의장 입구와 출구 등에 폭탄 여섯 발이 떨어졌다. 벙커 내부에 있던 고위 인사들은 생명에 지장이 없었지만, 벙커 바깥을 지키던 경호원 여럿이 목숨을 잃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다리에 파편을 맞은 상태로 맨손으로 잔해를 파헤치며 탈출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란 정보 당국은 피습 이후 이스라엘이 경호원들의 휴대폰을 해킹해 추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이스라엘이 경호원을 추적한다는 사실은 이전에 보고된 바가 없었다”며 “이는 가장 삼엄한 경비망에 침투하기 위한 대규모 작전의 일환이었다”고 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고위 인사 주변 경호원, 운전기사, 대화 상대 등 주변 인물들로 정보 수집을 확대하면서 이란의 안보 위협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은 이스라엘과 긴장이 고조되자 고위 인사의 휴대폰과·소셜미디어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해 왔다. 이에 대응해 이스라엘은 수년간 주변 인물의 휴대폰과 소셜미디어 계정을 추적했다고 한다. 전쟁 발발 첫날인 6월 12일 이란 고위 인사들이 대거 암살되자, 경호원 역시 휴대폰 대신 무전기만 소지할 수 있다는 지침이 내려졌다. 하지만 이들이 보안 조치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란은 이스라엘과 휴전 이후 내부의 적을 적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8일 이란은 핵 과학자 루즈베 바디를 이스라엘을 위한 간첩 활동을 하고 다른 과학자의 암살을 방조한 혐의로 처형했다. 최근까지 군·정보기관·정부 관계자 등 고위 인사 다수가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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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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