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양옆에 김정은 및 푸틴 착석할 듯
정부 안팎 “북·중·러 아닌 북·중 양자 집중”
북한, 한국 대북정책 대응 외교전 가능성
정부, 북측 접촉 가능성 대비…가능성 낮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함경남도 낙원군에 세워진 대규모 바다 양식기지인 낙원군바다가양식사업소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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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러 정상이 탈냉전 이후 처음으로 오는 9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모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3자 회동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의 첫 다자 외교 활동과 남북 접촉 여부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①‘북·중·러’ 연대 공식화…‘한·미·일 vs 북·중·러’ 구도?
시 주석과 김 위원장, 푸틴 대통령은 톈안먼 광장에서 열리는 전승절 기념 열병식을 나란히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푸틴 대통령이, 왼쪽에는 김 위원장이 착석할 것이라고 러시아 측이 지난 30일 밝혔다. 여기서 나아가 3국 정상이 별도로 회담을 개최한다면 북·중·러 3각 연대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동북아시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가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중국이 3국 연대를 공식화하는 등 분위기를 띄우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중국은 그간 북한 및 러시아와 양자 관계는 중시하면서도 3국이 한데 묶이는 것에는 거리를 둬왔다. 이는 한·미·일 등 대중 견제 성격을 지닌 미국 중심의 소다자 협력 강화의 빌미가 될 수 있고, 유럽 등 서방과의 관계 관리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 때문으로 풀이됐다. 미국과의 전략경쟁 속에서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다.
중국은 그간 미국이 ‘진영화’를 시도한다고 비판하면서 신냉전 구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히기도 했다. 정부 소식통은 이번 전승절에서 “북·중이 양자 관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전승절 참석은 북·중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미국에 대응하기 위해 북·러 밀착으로 다소 소원해진 북한을 다시 끌어들이고, 북한은 러·우 전쟁 이후 러시아가 떨어져 나갈 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이라는 얘기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31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북한이 러시아와 굉장히 가까워졌지만 러시아의 한계를 알았을 것”이라며 “다소 소원해진 중국과 관계를 어떻게 다시 복원시킬 기회를 보고 있지 않았나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향후 북·미 대화를 염두에 두고 북한은 중국을 뒷배로 두려 하고, 중국은 미국의 대북 입김이 커지지 않도록 북한을 관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4년 5월 중국 베이징에서 정상회담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제공 |
② 북한의 핵보유국 및 ‘두 국가론’ 설파 외교전
③ 우원식 국회의장 등 한국 대표단과 만날까
③ 우원식 국회의장 등 한국 대표단과 만날까
김 위원장이 첫 다자 외교무대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관심사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 및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벨라루스, 이란 등 반서방 진영 국가의 정상들과 양자 회담할 가능성도 있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이나 남북 ‘적대적 두 국가’ 기조 등 대외정책을 설명할 수도 있다. 이재명 정부가 한반도 긴장 완화 조치와 북한의 비핵화 등의 대북정책을 두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으려는 노력에 대응하는 외교전을 펼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9일 정부의 대북정책을 “기만적”이라고 재차 비판하면서 “가장 적대적인 국가(한국)와 그의 선동에 귀를 기울이는 국가들과의 관계에 대한 적중한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외무성에 주문했다.
우원식 국회의장 등 한국 대표단이 북한 대표단과 조우해 대화를 나누는 기회가 마련될지도 주목된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 대비해 우 의장에게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등 준비 작업을 도왔다. 우 의장은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만찬 자리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경험이 있다.
다만 북한이 한국을 무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어 실제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 정부도 북·미가 먼저 대화에 나서지 않는 이상 한국이 이들 사이에서 움직일 공간은 적다고 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KBS라디오 <정관용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페이스메이커 개념은 우리가 움직이는 것보다 미국이 움직이도록 추동하고 권유하고 조언하는 역할”이라고 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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