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8월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 2011년 3월 이명박 전 대통령, 2024년 11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했을 때 모습. 케이티브이(KTV) 아카이브 유튜브 갈무리,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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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 회장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부회장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각각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와 ‘금거북이’를 건넨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이들이 주도하는 국가조찬기도회가 어떤 곳인지 관심이 쏠린다.
사단법인인 국가조찬기도회는 역대 대통령을 해마다 초청해 기도회를 가져왔다. 이재명 대통령 이전까지 모든 대통령은 이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다.
기도회 누리집에 게재된 비전 1번은 ‘대한민국과 국민, 그리고 지구촌의 평화와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해 입법, 사법, 행정부의 복음화를 통한 정의와 진실의 정치,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다.
시작은 박정희 정권 때다. 1966년 3월 미국의 국가조찬기도회를 본떠 ‘대통령 조찬 기도회’라는 이름으로 발족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8년 5월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기도회에 나타나며 ‘대통령 참석’이 시작됐다. 1969년 5월 열린 기도회에서는 “하나님이 (군사) 혁명을 성공시켰다”, 1973년 5월엔 “10월 유신은 하나님의 축복을 받아 기어이 성공시켜야”라는 말이 목사의 입을 통해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독재를 미화한 것이다. 1976년 명칭이 국가조찬기도회로 바뀌었다.
1980년 8월13일 전두환 국보위 상임위원장이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했을 때의 모습. 케이티브이(KTV) 아카이브 유튜브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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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8월에는 일부 개신교 지도자들이 당시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과 함께 ‘나라를 위한 조찬기도회’를 열었고,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등 방송사들은 이를 생중계했다. 광주에서 학살을 자행한 전두환을 되레 칭송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전두환은 “과열된 정치활동 그리고 일부 학생들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급기야는 불순분자들의 배후 조종에 의한 광주 사태까지 일어났다”고 발언했다.
2011년 3월3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3회 국가 조찬기도회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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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선 이명박 전 대통령 때 ‘무릎기도’로 국민적 화두에 올랐다. 2011년 3월 기도회에 참석한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이었던 길자연 목사의 인도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1분가량 기도했다.
교회 장로이기도 한 이 전 대통령은 소망교회 인맥을 정부 고위직에 앉혀 논란이 돼 왔는데, 이 ‘무릎기도’는 대통령의 특정 종교 편향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여겨졌다. 우리 헌법 20조는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교분리’ 논란이 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도 기도회는 도마 위에 올랐다. 2016년 3월 박 전 대통령이 참석한 기도회에서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는 “세계 몇몇 유명 여성 정치인들 있지 않느냐. (박 대통령은) 완전 차별화가 되셨다”며 “그들도 다 나름대로 성공한 정치인이지만, 그러나 대부분은 육중한 몸매를 자랑하고 튼튼한 거구를 자랑하는 분들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여성 정치인들의 신체를 비하하는 데 서슴지 않은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기도회에 두 차례 참석했다. 2018년 3월 50주년 기도회를 전후해선 문 전 대통령의 불참과 기도회 폐지를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여럿 올라오기도 했다. “개신교 보수 세력이 과거 막말 파문에 대해서 세월호 유가족에게 사과했나요? 그들이 현재 목사 세습 문제에 반성했나요?” 등을 따지는 내용이었다.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김건희 여사. 서희건설 홍보물 갈무리,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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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권력의 유착 논란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지만, 기도회가 ‘매관매직’ 논란에 직접 연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부터 기도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봉관 회장은 2022년 3월 대선 직후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건물 지하의 한식당에서 김 여사를 만나 ‘조찬기도회에 참석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6천만원 짜리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를 건넸다고 자수했다. 이 회장은 사위 박성근 변호사의 인사 청탁도 했다고 인정했다. 박 변호사는 그해 6월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2022년 12월5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54회 국가 조찬기도회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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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5일 윤 전 대통령 부부는 기도회에 참석했다. 당시 이 회장은 “우리 김건희 여사님께서도 대통령 못지않게 바쁘신데 이렇게 같이 오셨다. 제가 반드시 같이 안 오시면 안 된다고 제가 강력하게 주장을 했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 이 자리에는 이배용 국교위원장도 있었다. 이 위원장은 김 여사에게 순금 10돈 금거북이를 건네고 그 대가로 2022년 9월 초대 국가교육위원장직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다.
2024년 11월22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입장하고 있다. 왼쪽은 이봉관 국가조찬기도회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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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22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참석한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단상에 선 박안수 전 육군 참모총장. ‘씨(C)채널방송 : 티브이(TV)’ 유튜브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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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10여일 전인 2024년 11월22일 서울 중구의 한 특급호텔에서 열린 기도회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물론, 박안수 육군 참모총장이 군복을 입고 참석해 기도했다. 박 참모총장은 마이크 앞에 서서 “이 나라의 지도자로 세워주신 윤석열 대통령님을 축복하시어 특별한 지혜와 명철을 허락하여 주시고 대통령님을 중심으로 온 국민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라고 말했다. 당시엔 비상계엄을 이미 준비하던 시기였다.
2024년 11월22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참석한 국가조찬기도회에 함께한 정치인들. ‘씨(C)채널 방송 : 티브이(TV)’ 유튜브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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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교목실장을 지낸 정종훈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가조찬기도회 회장과 부회장의 뇌물 사건이 드러나며 국가조찬기도회 존폐를 논하는 상황”이라며 “국가조찬기도회가 역사의 유물로 사라지길 바라고, 설사 올해 개최되는 일이 벌어지면 이재명 대통령은 정중히 거절할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매관매직’ 의혹을 받는 이배용 국교위원장은 1일 오전 사임 의사를 밝혔다. 최근 이 위원장 자택을 압수수색한 특검은 압수물을 분석한 뒤 이 위원장을 상대로 국가교육위원장 임명을 목적으로 금거북이 등을 전달했는지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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