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6 (토)

    이슈 세계 속의 북한

    김정은, 열병식 내내 시진핑과 밀착…오후에는 푸틴과 정상회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톈안먼 성루 입장할 때부터 1열

    시진핑 왼쪽은 김정은, 오른쪽은 푸틴

    루카셴코 대통령도 방북 초청

    경향신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옆에 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정상들의 맨 앞에 서서 톈안먼 성루로 향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3일(현지시간) 열린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은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국의 행사였지만 실질적인 주인공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었다. 김 위원장은 경제적 지원군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군사적 우군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행사 내내 존재감을 과시했다.

    중국 측은 다자 외교 무대에 처음 데뷔한 김 위원장을 각별히 예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8시쯤 톈안먼 광장에 도착해 중국 인민해방군 의장대의 사열을 받으며 붉은 카펫을 따라 입장했다. 옅은 황금색 넥타이에 검은색 정장 차림이었다. 행사에 초청된 26개국 정상 중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보다 먼저, 뒤에서 두 번째로 입장했는데 순서와 위치에 민감한 중국의 관례를 고려하면 특별 대우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 및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의 인사 자리에서도 두 손을 맞잡으며 친분을 과시했고 시 주석 역시 다른 정상들과 달리 두 손으로 화답했다. 기념 촬영 때도 김 위원장은 시 주석의 왼편에 선 펑 여사 옆에 섰다. 시 주석 오른편에는 푸틴 대통령이 자리했다.

    경향신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앞서 서로 양손을 맞잡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톈안먼 광장 뒤편 돤먼을 통해 성루에 오를 때에도 푸틴 대통령, 시 주석, 김 위원장이 행렬의 선두에 섰다. 중국의 우호국인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 카자흐스탄의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 동남아시아 대표 친중 국가인 캄보디아의 훈 마네트 총리 등은 그 뒤를 따랐다.

    오전 9시 개막한 열병식에서 시 주석은 톈안먼 성루 중앙에 앉았고 김 위원장은 그의 왼편, 푸틴 대통령은 오른편에 자리해 행사를 지켜봤다. 66년 만에 북·중·러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역사적 장면’은 수십분간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열병식 도중 김 위원장이 시 주석 쪽으로 몸을 기울여 대화하는 모습이 중국중앙(CC)TV 카메라에 포착됐다.

    북·중·러 정상은 열병식이 끝난 오전 10시30분쯤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오찬 리셉션에 나란히 참석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오후 1시30분쯤 푸틴 대통령과 같은 차를 타고 국빈관 댜오위타이로 이동해 양자 회담을 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북한이 “쿠르스크 전투에 파병해 해방을 도왔다”고 언급하며 양국 관계의 우호성을 강조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북한군 파병에 대한 찬사에 감사한다”며 “양국 관계가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경향신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에 초청한 항일전쟁 참전용사들에게 허리 굽혀 악수할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 주석의 바로 뒤를 따르고 있다. CGTN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19년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6년 넘게 제약을 받아온 김 위원장의 외교 행보는 이번 열병식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러·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계기로 러시아와 군사 동맹에 가까운 밀착을 보였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전범 국가와 손잡고 유엔 제재를 받는 불량국가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이번 열병식을 통해 경제적으로 90% 이상 의존해 온 중국, 군사적으로 밀착한 러시아의 지지를 확인하면서 새로운 외교적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의 ‘은둔의 지도자’ 이미지를 사실상 벗어던진 셈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열병식이 시작되기 전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만나 북한으로 초청했다. 3시간가량 이어진 오찬 리셉션에서도 여러 국가 정상들과 교류했을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도 이번 열병식의 실질적 승자는 김 위원장이라고 전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세 정상이 나란히 있는 모습은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함께 3대 강국인 듯한 환영을 연출했다”며 “이번 전승절 열병식의 승자는 김정은”이라고 평가했다.

    전날 전용열차로 베이징역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당일 가장 먼저 주중 북한대사관을 찾았다. 이때 이용한 의전 차량 번호판은 ‘7·271953’이었는데, 이는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인 1953년 7월27일을 연상시키는 숫자로 중국과의 반미 연대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주 3일 10분 뉴스 완전 정복! 내 메일함에 점선면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