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진영 유일 참가에도 中측 아쉬운 의전
우원식(왼쪽) 국회의장이 4일 중국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가진 국회의장 주최 베이징 특파원 오찬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베이징=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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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 참석차 중국을 방문 중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중국 고위 인사들을 만나 한중 관계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0월 방한을 요청했다. 그러나 한국은 서방 진영 국가 중 유일하게 '국가 의전서열 2위'가 참석하는 성의를 보인 데 반해 중국 측은 상대적으로 한국을 홀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 의장은 4일 중국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이날 오전 중국 서열 3위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한국의 국회 격) 상무위원장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한중 고위급 교류를 더욱 활성화하고 양국 관계가 발전하는 아주 소중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이날 오후 '서열 6위' 딩쉐샹 국무원 부총리와도 회담했다. 딩 부총리는 "중국은 양국 간의 소통을 강화하고 상호 신뢰를 증진해 협력을 촉진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양국 국민들에게 더 많은 복지를 가져다줄 뜻이 있다"고 말했다. 딩 부총리는 경제나 과학기술 같은 분야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이 큰 인사로 평가받는다.
우 의장은 기자들에게 전날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 전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일화도 소개했다. 김 위원장과의 만남은 "충분히 짐작할 만큼 짧은 만남"이었다고 한다. 우 위원장은 악수를 하며 "오랜만이다. 7년 만이다"라고 말을 건넸고, 김 위원장은 "네, 반갑습니다" 정도로 인사했다고 설명했다. 또 열병식 후 리셉션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났을 때는 "러시아에 남아 어려움을 겪는 130곳가량의 한국 기업에 관심을 갖고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만드는 데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북중러 쏠림에 한국 '병풍 신세'
다만 북·중·러를 중심으로 한 '반서방 연대'에 시선이 집중된 이번 열병식 행사에서 한국이 '병풍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는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서방 진영에서는 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열병식에 불참한 가운데, 한국만 고위급 현직 인사를 보냈음에도 중국 측 의전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을 대리해 방중한 중국 특사단에 이어 우 의장도 시 주석을 따로 만나지 못했다. 지난 2월 하얼빈 아시안게임에서는 시 주석이 우 의장을 전격적으로 만나 42분간 단독 회담을 가졌다. 우 의장이 2일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 도착했을 때도 격 차이가 현저한 전인대 상무위원이 영접을 나왔다. 3일 김 위원장이 방중했을 때 서열 5위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 등이 베이징역 플랫폼까지 나와 '특급 의전'을 준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각에선 중국이 '반미 연대'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발신한 열병식에,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 국회의장이 참석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우 의장은 "올해는 우리나라 광복 80주년이고 중국은 항전 승리 80주년으로, 일본과 싸워서 독립을 얻고 승리한 역사가 같다"며 "우리에게는 그런 역사적 사실을 공유한다는 것이 유대감을 넓히는 데 뿌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중심을 두고 참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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