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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K-조선업, 호황기 순풍에 ‘마스가’로 날개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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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한-미 관세협상 타결의 일등 공신은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에 제안한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화오션 경남 거제 사업장에 건조 중인 선박이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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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내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마가·MAGA)라는 기치는 전세계를 향한 관세전쟁으로 이어졌다. 미국 정부부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늘고 있음에도 트럼프는 대선 공약으로 감세를 내걸었으니 부족한 세수를 관세로 채울 수밖에 없었다.



    당선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트럼프는 전세계를 상대로 말도 안 되는 관세율로 으름장을 놓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무색할 정도로 미국이 압박 수위를 높였다. 다행스럽게도 2025년 7월 말 관세율 15% 선에서 타결됐다. 향후 미국에 여러 추가적 투자를 해야 하고 여러 품목을 개방해야 하는 요건도 있지만 대체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이번 관세협상의 일등 공신은 단연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이다. 쇠락한 미국 조선업을 다시 살릴 수 있도록 조선 강국인 우리나라가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세계 조선업은 한·중·일 삼국지라고 표현할 수 있다. 중국이 급속도로 성장하며 전세계 선박 건조의 46%를 차지하고 우리나라와 일본의 비중이 각각 30%, 15% 정도 된다. 중국에 물량이 몰리지만 품질 면에서는 단연 우리나라가 1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화오션의 변신







    미국이 패권주의를 내걸지만 조선업이 쇠퇴하다보니 해양패권은 중국에 뺏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다. 당장 미국이 군함 건조나 수리를 중국에 맡길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우방국인 한국과 일본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으니 우리나라 처지에선 큰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이 마스가 프로젝트에는 우리나라 조선 ‘빅3’인 에이치디(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이 참여해 한·미 정부와 함께 공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고 한다. 빅3 중 단연 눈에 띄는 기업은 한화오션이다. 2024년 이미 미국 필라델피아의 조선소를 인수했고, 미 해군과 선박의 정비·수리·개량 등 용역을 제공하는 MRO 계약도 체결했다.



    한화오션의 전신은 2015년 분식회계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우조선해양이다. 10년 가까이 5조원대의 분식회계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큰 충격을 줬다. 적자가 누적되고 재무구조도 불안해 계속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다행히 조선업이 2020년부터 호황기로 접어들어 한숨을 돌렸다. 2023년 5월 한화그룹이 인수하며 지금의 한화오션이 됐다.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 초만 하더라도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선박 발주가 급감했다. 하지만 그해 하반기부터 환경규제 대응 선박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우리 조선업이 서서히 기지개를 켤 수 있었다. 세계 선박 수주의 절반 가까이를 중국이 하지만 액화천연가스(LNG)선이나 이중연료선박 같은 환경규제 대응 선박에 대한 기술력은 확실히 우리가 중국보다 우위에 있다. 이런 이유로 선주들이 우리 기업을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



    조선업이 가장 좋았던 2008년 이후로 13년 만인 2021년에 전세계 선박 발주량이 최대치를 기록하며 본격적인 호황기로 진입했다. 대장주인 HD현대중공업은 목표 수주액인 89억달러를 66%나 초과한 147억달러의 일감을 따냈고, 한화오션도 목표액 77억달러를 41%나 초과 달성한 109억달러를 수주했다.



    이후 양사 모두 매년 수주액이 크게 늘어나며 일감이 쌓이기 시작했다. HD현대중공업의 경우 2020년 말만 하더라도 수주잔고가 12조7506억원이었는데, 2025년 1분기 말 현재 수주잔고는 49조6336억원이나 된다. 회사의 연매출액 규모가 14조원대니 거의 3~4년치 일감을 따놓은 셈이다. 한화오션도 8조6405억원이던 수주잔고가 5년 만에 31조402억원으로 늘면서 3년치 일감을 보유하게 됐다. 그사이 두 회사의 주가는 모두 5배 가까이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30년까지 전세계 선박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40% 감축하자는 국제해사기구(IMO)의 ‘IMO2030’ 같은 전세계적인 환경규제로 각국 노후 선박의 교체가 본격화되면서 조선업 호황은 지금도 지속하고 있다. 매출이 계속 증가하는 것은 기정사실인데, 앞으로 수익성도 더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선박의 주요 원재료인 강판 가격이 하락 추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수주가 늘어나면서 본격적인 호황기로 접어들던 2021년, 2022년만 하더라도 조선사들의 매출액은 증가했지만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의 적자를 내고 말았다. 톤(t)당 60만~70만원대이던 강판 가격이 1년 만에 110만원으로 수직 상승했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이 저렴할 때 따왔던 일감을 처리하기 위해 비싼 원재료를 사서 투입해야 하니 수지타산이 맞을 리 없다.







    수익성까지 좋아져







    다행히 지금은 t당 가격이 90만원대로 내려오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특히 원자재 가격이 비쌀 때 높은 가격으로 수주한 일감을 처리하면서 저렴해진 원재료를 투입하니 손익이 개선될 수밖에 없다. 2025년 상반기까지 한화오션은 6303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는데, 이는 2024년 1년치 영업이익 2379억원의 2배가 넘는다. 영업이익률도 2%대였는데 이제는 10%까지 올라왔다.



    수주는 늘고 원재료 가격은 내려가면서 태평성대를 누릴 것 같은데 한화오션은 마스가로 더 성장할 발판을 마련했다. 미국도 친환경 선박의 교체 수요가 많고 해군의 경우 노후 구축함 대체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2054년까지 함선 수도 297척에서 최대 381척으로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함대 확충 예산만 1천조원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또한 MRO 서비스 관련해서도 2024년까지 약 2조6천억원이던 규모가 2035년에는 5조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나 2차전지 등의 성장이 주춤해진 요즘, 조선이 그 자리를 메우면서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구실을 하고 있어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박동흠 공인회계사·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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