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석탄발전소 반대 활동가 2명에 “수단 과도, 피해 입혀” 벌금형
춘천지법 강릉지원 윤동연 판사는 2023년 9월 강원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이 국민의 생명권과 환경권을 침해한다며 건설 현장 진입로에서 도로를 점거하는 직접행동을 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승옥 햇빛학교 이사장과 황인철 녹색연합 활동가에 대해 각각 벌금 200만원과 100만원을 10일 선고했다.
두 사람은 포스코인터내셔널 삼척블루파워 석탄화력발전소 공사현장 출입구 앞 도로에서 접이식 사다리와 현수막을 설치하고 “삼척 석탄발전소 건설을 중단하라”고 외치며 두 시간가량 자재 운반 화물차들이 석탄발전소 공사현장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활동가들은 석탄화력발전소가 완공되면 발전소가 배출할 온실가스로 인해 기후위기가 가속할 것이며, 차도 점거 등 비폭력 시위는 기후위기로부터 자신과 미래세대의 생명권·환경권·자유권 등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소의 건립을 반대한다는 취지에서 한 행위의 동기나 목적에 관하여는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수단의 상당성을 갖추었다거나 시위로서 목적 달성에 필요한 합리적인 범위에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피해를 입힌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장을 대리한 윤세종 변호사는 기후위기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막기 위해 나선 피고인들 행위의 동기와 목적의 정당성과 관련해 재판부가 명확한 판단을 내렸다고 해석했다. 윤 변호사는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기후위기가 국민의 기본권 문제라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에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가 기후위기 가속화를 막는 행위에 대해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명확한 표현을 사용한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2023년 서울중앙지법은 공동주거침입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녹색당 기후위기 활동가들의 ‘직접행동’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하면서 판결문에 “목적의 정당성이 없다고는 볼 수 없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윤 변호사는 “삼척 화력발전소 사업을 막기 위해 시민사회와 활동가들은 입법 청원, 주주총회 참석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한 뒤 최후의 수단으로 비폭력 직접행동에 나선 것”이라며 “오랜 시간 문제를 제기해 온 역사를 생각하면 수단의 상당성을 인정받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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