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각) 예멘의 수도 사나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화염과 연기가 솟구치고 있다. A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중동의 미국 주요 동맹국인 카타르를 공격한 이스라엘이 이번에는 예멘을 공습해 35명이 숨졌다. 카타르 총리는 “우리를 공격한 것은 국가 테러”라며 아랍국가들과 집단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10일(현지시각) 예멘 후티 반군의 매체 알마시라방송 보도를 보면, 이날 오후 예멘 수도 사나에 있는 정부 청사 건물, 의료시설이 공습당해 35명이 숨지고 131명이 부상당했다. 후티 외무부는 “민간인과 민간 시설을 표적으로 삼은 건 노골적인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사나 지역의 후티 군사시설과 홍보 본부 등을 폭격했다며 “후티 테러 정권이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무인기와 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후티 반군도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며 반격했지만, 모두 요격됐다고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보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비교하며 카타르 등 다른 나라에 대한 공습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영상 연설에서 “카타르를 비롯해 테러리스트를 숨겨주는 모든 국가는 그들을 추방하거나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가 그들을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의 알카에다 테러리스트들을 추적하고, 파키스탄에서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던 것과 똑같은 일을 했다”며 “우리는 카타르에서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가 10일(현지시각) 미국 시엔엔방송에 출연해 대담하고 있다. 시엔엔 영상 갈무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카타르는 즉각 반박했다.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는 이날 미국 시엔엔 방송에 출연해 “네타냐후는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받아쳤다. 알사니 총리는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실을 거론하며 “모든 법을, 모든 국제법을 어긴 사람이 전쟁과 관련해 법을 설교한다”고 말했다. 이어 “네타냐후가 취한 행동은 야만적”이라며 “도하를 공격한 것은 국가 테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카타르 총리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을 두고 “성사시킬 기회는 다했을 것”이라며 “네타냐후는 인질들의 희망을 모두 죽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곧 도하에서 아랍-이슬람 정상회담을 열어 대응책을 논의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이런 괴롭힘을 계속하지 못하도록 억제할 의미 있는 집단적 조처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카타르를 지지하기 위해 전날 아랍에미리트 대통령과 쿠웨이트·요르단 왕세자, 이날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도하에 도착했다. 또 다른 가자전쟁 협상 중재국인 이집트는 미국에 자국 내 하마스 간부들을 공격하려는 시도는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레바논 일간지 알아크바르는 보도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카타르 공습 당일 네타냐후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며 격노했다고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이날 첫 번째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격앙된 채 현명하지 못했다고 네타냐후 총리를 질타했다. 두 번째 통화에선 누그러진 분위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공격이 성공했는지 등을 물었고, 네타냐후 총리는 모른다고 답했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이 매체에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습이 시작되기 직전에 이스라엘이 아닌 댄 케인 합동참모본부 의장으로부터 통보받았다고 시엔엔은 보도했다.
이번 공습에 대한 트럼프 책임론도 나온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동 프로그램 담당인 모나 야쿠비안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중동에서 변덕스러운 접근 방식을 취하기에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다며 “행위자들이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여지와 기회가 생긴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