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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여 “대법원장이 대통령 위에 있나” 직격…사법부 ‘개혁 반발’ 힘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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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5월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장내 정돈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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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장이 그리도 대단한가, 대통령 위에 있는가?”



    15일 아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고위원회의 공개 발언은 사법부를 향한 공세의 신호탄이었다. 전날 민주당 소속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촉구 메시지가 나올 때만 해도 상황을 관망하는 듯했던 여당 의원들이 일제히 사법부와 그 수장을 향해 화력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대통령실도 ‘대법원장 사퇴 요구가 국회에서 나오는 이유를 사법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는 취지의 대변인 브리핑으로 원거리 지원사격에 나섰다. 누가 봐도 기획되고 조직된 공세의 느낌이 확연했다. 민주당 안팎에선 정기국회에서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 드라이브를 본격화하기 앞서 지지층 여론을 다지고 사법부의 기세를 꺾기 위한 예비 공격이란 관측이 나온다. 적진을 향해 상륙에 앞서 적의 반격 의지를 미리 꺾어놓기 위한 일제 함포사격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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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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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여권의 총공세는 지난 12일 대법원이 민주당의 사법개혁 추진 흐름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당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주재로 열린 전국법원장 임시회의에선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며 민주당 사법개혁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조 대법원장은 같은 날 “사법부가 헌신적인 사명을 온전히 완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판의 독립이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며 작심 발언을 내놓았다. 코로나19 대책을 논의한 2022년 이후 처음으로 정례 법원장회의(매년 3∼4월과 12월)가 아닌 임시회의까지 열며 민주당의 사법개혁 움직임에 조직화된 반대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결국 주말을 보내며 예열을 마친 민주당 지도부는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쏘아올린 예광탄의 불빛이 사그라들기 전 일제히 조준된 표적을 향해 포문을 연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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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세의 조준선이 사법부 수장인 조 대법원장에게 맞춰져 있는 것은, 여권 지지층 사이에 강하게 형성돼 있는 ‘반조희대 여론’에 부응함과 동시에, 향후 사법부에서 추가적으로 터져 나올 수 있는 반발을 일찌감치 차단하려는 ‘힘 빼기’가 목적이란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조 대법원장이 이끌던 대법원이 이재명 당시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무효 판결을 파기 환송한 전력을 다시 소환하고, 그런 조 대법원장이 이끄는 사법부의 움직임을 주권자의 명령에 맞서는 ‘기득권 지키기’로 낙인찍음으로써 사법개혁 드라이브의 정당성을 사전에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사법개혁이라는 난이도 높은 공세를 본격적으로 펼치기에 앞서 전선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한 차원”이라고 했다. 또 다른 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이재명 2심 무죄 파기 환송, 내란 사건 담당 지귀연 재판부에 대한 방임 등 조 대법원장이 자초해온 논란들을 떠올리면 사법개혁은 ‘조희대 사퇴’에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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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해명할 수 없는 의심에 대해 대법원장은 책임져야 한다”며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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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당내에선 충분한 여론 정지작업 없이 대법원장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는 게 야당의 반격과 여론의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공세를 “조 대법원장을 사퇴시켜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유죄 판결을 뒤집으려는 것”이라고 역공에 나섰다. 이 대통령의 재판 이슈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르게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화력을 집중하면서 ‘사법개혁=이재명 구하기’라는 반격 프레임이 작동할 여지를 만들어줬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자칫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이 대통령 사건 재판이 거듭 언급되고, 조 대법원장의 정치적 발언력이 커지게 되는 상황에도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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