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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 나토 턱밑서 대규모 ‘서방 공격’ 훈련…우크라전 이후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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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15일(현지시각) 벨라루스 중부 바리사우에서 열린 ‘자파드 2025’ 군사훈련에서 러시아·벨라루스 국기가 걸린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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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벨라루스 ‘동맹군’의 Su(수호이)-35 전투기가 저공비행을 하며 폭탄을 투하하자 ‘테러지원 국가’의 진지가 불바다가 된다. MI-35 공격용 헬기도 급강하하며 미사일을 날리고 드론(무인기)이 끊임없이 전장 상공을 날아다닌다. 이어 위장한 전차(탱크)들이 강을 넘어 반대편 둑으로 올라와 적진을 점령한다. 15일(현지시각) 벨라루스 중부 바리사우(보리소프) 훈련장에서 벌어진 러시아·벨라루스군의 ‘자파트 2025’ 합동훈련 모습이다.



    러시아가 최근 폴란드·루마니아에 드론을 날린 데 이어, 서방 국가들과의 ‘전쟁 시뮬레이션’ 훈련을 벌이면서 유럽의 군사적 긴장이 커지고 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각국은 동유럽 접경에 병력을 늘리고 주력 전투기를 배치하는 등 맞불을 놓았다.



    프랑스 아에프페(AFP) 통신과 르피가로에 따르면, 자파트 훈련은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벨라루스와 북극권 근처 바렌츠해, 리투아니아·폴란드 사이의 러시아 해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 등에서 열리고 있다. 러시아어로 ‘서쪽’이라는 뜻의 ‘자파’ 훈련은 러시아와 그 맹방 벨라루스가 2009년부터 4년마다 하는 정례 군사훈련이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로는 올해 처음 열렸다.



    이번 훈련에는 벨라루스군 6000명, 러시아군 1000명 등 700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서방 군대를 본딴 가상 적군의 공세를 막고, 빼앗긴 진지를 탈환하는 등의 훈련을 했다. 바렌츠해에서는 러시아군 프리깃함 골롭코가 마하 9(시속 약 1만1000km) 이상의 극초음속 미사일 ‘치르콘’을 쏘기도 했다.



    이번 훈련과 관련해 리투아니아의 도빌레 샤칼리에네 국방장관은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발이 묶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병력 동원)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고 데페아(DPA)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이 훈련이 자국 영토가 공격당했을 때에 대비한 ‘방어’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빅토르 흐레닌 벨라루스 국방장관은 이날 군복 차림으로 훈련을 지휘하며 “‘(우리 군대가) 나토를 위협한다, 발트 3국(리투아니아·에스토이나·라트비아)을 침공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이는 한마디로 모두 헛소리”라며 “우리는 오직 우리나라를 방어하기 위해 준비할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비비시는 2022년 양국의 훈련이 끝난 뒤 러시아군은 귀국하는 대신 벨라루스 영토에서 곧바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례적으로 23개국 참관단과 기자 100여명에게 훈련 장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베트남·수단·라오스 등 러시아 우방은 물론, 미군의 공군 무관도 이날 훈련을 현장에서 참관했다. 미 공군 무관으로 알려진 그는 참관 목적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노 코멘트”라며 답을 피했다. 흐레닌 장관은 미군 무관에게 “초청에 응해줘 고맙다”며 “우리는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다. 긴장을 완화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폴란드 영공에 러시아 드론 19대가 침입한 지 이틀 만에 서방 접경에서 러시아의 대규모 군사훈련이 열리자 유럽에선 날 선 반응이 이어진다. 폴란드는 자파트 훈련 기간 벨라루스 국경에 4만명의 병력을 배치해 대응했다.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은 이날 독일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10일 러시아 드론 침입은) 모스크바(러시아 정부)가 직접 통제한 것”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시위였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영국 국방부는 자국 주력 전투기 타이푼을 며칠 안에 폴란드에 배치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앞서 프랑스 역시 주력기 라팔 3대를 폴란드에 파견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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